라세티·제네시스쿠페 등 올해 신차효과 사실상 제로
경기침체로 설비투자 부담 내년 많아야 10종 안넘을듯


자동차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 시기를 줄줄이 뒤로 미루고 있다. 신차 출시를 위한 설비투자 여력이 없는 데다 경기 침체기에 내놔 봐야 잘 팔리지 않을 게 뻔해서다. 이에 따라 내년에 선보일 국산 신차는 10종 안팎으로 올해(16종)의 3분의 2 수준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미뤄지는 신차 출시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는 각각 내년 7월과 10월로 예정했던 준대형 승용차 VS(신차 프로젝트명)와 다목적 차량 MPV7의 출시 시기를 1년 이상 늦췄다. 내수 시장을 겨냥해 생산되는 MPV7의 경우 2011년 1월께나 돼야 나올 전망이다. GM대우 관계자는 "1000㏄급 경차를 내년에 내놓는다는 계획만 확실하게 세워졌을 뿐 다른 차종 출시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던 2000㏄급 중형 세단의 출시를 무기 연기했다. 기아차는 오피러스 아래급인 준대형 세단 VG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라지는 신차 효과

완성차 업체들이 이처럼 신차 출시를 연기하는 것은 신차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자금이 만만치 않게 소요되는 데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신차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GM대우의 준중형 라세티 프리미어는 세련된 디자인 등으로 출시 전 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달 205대 팔리는 데 그쳤다. 신차 효과가 아예 없었다는 평가다. 10월 중순 나온 현대차의 제네시스 쿠페 등도 지난달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쳤다.

수입 신차들도 판매가 부진하다. 지난달 중순 무라노와 로그를 선보이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닛산은 지난달 무라노 67대,로그 45대를 파는 데 그쳤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가 나오면 보통 3~4개월 정도는 판매 호조가 이어지는데 최근엔 금융 불안에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이런 흐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내년 신차 10종 이내

올해는 현대차 3종,기아차 5종,GM대우 6종 등 신차들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을 즐겁게 했지만 내년에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적게는 7종,많아도 10종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내년에 가장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는 회사는 현대차다. 내년 2월 플래그십 모델(최고급 대표 모델)로 에쿠스 후속인 VI를 출시,고급차 시장을 장악할 계획이다. 7월에는 소형 SUV인 투싼의 후속 모델 LM을 내놓고 10월에는 쏘나타 후속으로 6단 자동변속기를 단 YF를 선보인다.

GM대우는 신형 경차인 M300에 기대를 걸고 있다. 8월 출시 후 전 세계로 판매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내년에 SM3 및 SM5의 후속 모델을 각각 내놓는다. 프랑스 르노그룹의 소형(메간) 및 중형(라고나) 세단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다.

쌍용차는 내년 9월 2000㏄급 SUV인 C200을 선보인다. 지난 10월 파리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차량으로 쌍용차 최초로 요즘 유행하는 모노코크(일체형) 차체를 사용했다. 내년으로 잡혀 있는 기아차의 준대형 VG,르노삼성의 중형 L43 등은 출시 시기가 유동적이다.

수입차 역시 내년 신차를 대폭 줄일 방침이다. 올해 40~50종에 달했던 수입 신차가 내년에는 절반에 그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독일계 수입차 회사 관계자는 "본사와 협의 중이지만 환율과 수요 위축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신모델 공급은 아무래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길/이상열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