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리모델링] '예측불허' 해외비중 줄이고 '기력회복' 한국ㆍ美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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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러시아와 인도 펀드에 각각 5000만원씩 넣었던 박모씨(43세)는 요즘 펀드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미 인도 펀드는 반토막이 났고 러시아 펀드는 70%이상 빠져 환매할 엄두도 못 낸다. 박씨는 "그냥 묻어두고 원금회복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손실난 펀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원금회복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은 펀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시장상황에 맞게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에는 비록 경기침체가 지속되겠지만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있어 지역에 따라서는 큰 폭의 반등장이 기대된다.
◆해외펀드 리모델링 해라
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의 설정액은 각각 85조348억원과 56조621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형펀드의 국내와 해외비중이 약 6 대 4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해외비중을 줄이고 국내 비중을 더 늘리라고 충고한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센터장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시장 비중을 늘린 것은 분산투자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 같은 효과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해외 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국내시장의 비중을 늘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시장에 비해서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도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해외펀드에 대한 리모델링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펀드를 줄이고 어떤 펀드의 비중을 높여야 할까. 전문가들은 대략적으로 한국 미국 중국 펀드의 비중을 늘리고 일본 유럽 러시아 펀드의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원자재 펀드도 비중 축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내년에 글로벌 경기 우려 완화나 개선 조짐이 나타날 경우 국가별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반등이 예상된다"며 "금리인하 등 유동성 여건,기업실적 둔화 정도,리스크 지표의 완화 등을 종합해보면 한국 중국 미국 등이 금융장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일본의 경우 엔고지속으로 기업실적이 둔화되고 외국인 매도가 지속된다는 점,러시아는 인플레 압력으로 금리가 인상돼 기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단기적으로 전망이 어둡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중국 한국 등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이재경 펀드리서치 파트장은 "선진시장에서 시작된 성장률 하락은 이머징 시장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릭스펀드 동유럽펀드 남미펀드 등 국가조합펀드들의 비중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국가조합 펀드는 해외펀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분산투자에 따른 효과가 미미한 데다 일부 국가들이 부도위험에 노출돼 있어 전체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중단은 말아야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때 투자를 늘리고 주가가 빠지면 투자를 줄이는 '추세 투자'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방식은 수차례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손실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투자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현금보유만 늘리는 펀드 환매는 가장 좋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재룡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국내 펀드투자자들이 고점에 들어왔다가 손실을 감수하고 저점에 빠져나가는 현상은 1989년,1994년,1999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라며 "지금이 저평가 국면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짧게는 1~2년,길게는 3~4년을 보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규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팀장은 "내년 경기전망이 비관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주식시장은 이미 이 같은 비관론을 많이 반영한 상태"라며 "투자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펀드를 환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