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가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 조정했으나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이번 신용등급 조정이 사후평가인 데다 악재라는 영향력은 최근 이틀에 걸쳐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앞으로 대주단 협약 승인이 마무리된 후 정상화 수순을 밟아가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돼 건설주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5일 건설업종지수는 전날 7% 가까이 급락한 충격을 딛고 1.21포인트(0.92%) 오른 132.93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 이상 오르면서 하락세를 보이던 건설업종지수도 강보합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떨어진 건설사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된 한일건설은 175원(5.69%) 급락한 2900원에 마감, 지난달 28일 이후 6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하락률은 20%를 넘는다.

업계 최고 신용등급에서 밀려난 GS건설도 1.44% 내린 4만4500원을 기록, 사흘간 14% 이상 빠졌다. 이 밖에 신용등급이 한 계단씩 주저앉은 대림산업 경남기업 대우건설 등도 내림세를 나타냈다.

반면 BBB 등급을 유지한 금호산업은 2.59% 올랐으며 신일건업(5.17%) 삼환기업(4.55%) 동부건설(2.91%) 등도 상승했다.

이창근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한기평의 이번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 조정에 대해 "사전평가라면 영향력이 클 수 있지만 사후평가여서 주가에 대한 영향은 이틀간 하락한 것으로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윤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회사채 발행 등에 실제 적용되는 금리와 신용등급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심했다는 점에서 등급 조정이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다 아는 내용으로 뒷북을 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조정이 대주단 협약 승인과 더불어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여 주가는 앞으로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창근 연구위원은 "이달은 건설사에 혼돈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산업 중 가장 먼저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주가도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투자심리 회복을 상당기간 지연시킬 것"이라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주가가 의미 있는 상승세를 타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설업종에 대해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업황 악화에 대한 부담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재무 위험이 단기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셈"이라며 "정책이 나올 때마다 기대감에 의한 반짝 상승은 나타날 수 있지만 경기 둔화,정책효과에 대한 시차 등으로 지속되긴 힘든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전망이 어두워 건설주는 미분양 부담이 적거나 안정성이 높은 종목으로 관심을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근 연구위원은 해외 수주 기대감과 양호한 수익성이 유지될 삼성엔지니어링현대건설을 추천했다. 조 연구위원은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높은 삼성물산과 주주 이익 환원을 위한 경영이 기대되는 대우건설을 유망주로 꼽았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