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자 전업작가 1호 윤광조씨 "흙속에 숨은 조형미 찾아내야 명작돼죠"
"세상이 혼란스럽고 불안할 때는 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지관ㆍ止觀) 안개 속에 감춰진 희망을 잡아내야 합니다. 도예가가 흙 속에 숨겨진 조형성,정체성,보편성을 고루 찾아 내야 명작이 될 수 있듯이 말입니다. "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11일~내년 1월3일)을 갖는 윤광조씨(62)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는 혜안을 보여 줘야 한다"며 "눈앞에 보이는 산과 바람과 구름 등 자연에서 생존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예술관을 피력했다.

윤씨는 현대도자 전업작가 1호다. 한국의 전통적인 민예정신과 분청사기의 미학을 계승해 온 그는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뽑혔고 지난달 7일에는 상금 1억원의 제4회 경암학술상 예술분야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3년 세계적인 명성의 도예 전문 화랑인 영국 런던 베송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진 데 이어 2005년에는 시애틀미술관 개인전을 열었다.

"초기에는 흙의 물성을 깨워 불교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도자기에 담아 냈어요. 불교 경전 중 가장 애송되는 《반야심경》 260여 자를 작품에 새겨 인간의 '심경'을 형상화했지요. 그러다가 1994년 경주 안강의 도덕산 기슭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부터는 '무위자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

윤씨는 매끈한 도자기 특유의 세련미를 비켜 간다. 전통 도자기의 비례,균형,색에 치우친 장식적인 특징에서 탈피해 투박하고 질퍽한 미감의 분청사기를 제작하고 있다. 도자기를 울퉁불퉁한 원기둥이나 삼각기둥 형태로 만든 후 표면에는 구름 강물 비 바람 등의 이미지를 그려 넣어 자연이 느껴지게 한다.

그는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한다. 그래서 연간 50점가량 만들지만 이 중 스스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12점 정도다.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은 총 100여점.

"현대 조각의 아버지 브리쿠지도 40여점의 작품으로 유명해졌고,현대 회화의 아버지 뒤샹도 20여점의 작품밖에 만들지 않았어요. 개수와 크기는 의미가 없죠."

국내외 시장에서 점당 1억원을 호가하는 그의 작품은 영국 대영박물관,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시애틀미술관,호주 빅토리아미술관,퀸즐랜드미술관,뉴사우스웨일스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서울에서 9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에서는 '산중일기''심경'시리즈 등 35점을 만날 수 있다. (02)734-04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