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안전자산 선호현상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의 국채수익률(금리)이 급락(국채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반면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오르거나 하락 속도가 국채에 못 미치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유동성을 쏟아붓고 있지만 기업이나 실물경제로는 자금이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2일 미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0.05%포인트 떨어진 연 2.67%로 장을 마쳤다. 전날에는 수익률이 한때 2.65%까지 떨어져 1962년 수익률 집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저치를 보이기도 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0.05%포인트 떨어진 3.16%를 보여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채권 경매를 시작한 197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미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전날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장기 국채 매입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버냉키 의장은 "(절대 금리가 낮은) 현 상황에서 전통적인 금리정책만으로 경기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유동성 공급을 위한 대안으로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FRB가 이렇게 전방위로 시장에 돈을 풀고 있지만 시중의 자금경색 현상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FRB는 7개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금리를 내리며 글로벌 금리인하 행진이 본격화된 지난 10월8일 이후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낮췄다. 이후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1.04%포인트 떨어졌지만 회사채(Aaa등급 기준) 금리는 0.2%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현재 국채와 Aaa등급기준 회사채와의 금리차(스프레드)는 3%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다. 올초(1.44%포인트)와 비교해 두 배 이상 격차가 커진 것이다.

유럽에서도 국채로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영국과 독일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각각 10월 말에 비해 1%포인트 안팎 급락했다.

반면 유럽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대기업들이 발행한 유로화 기준 회사채의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대비 스프레드는 2003년 이후 최고로 벌어졌다. 예를 들어 비교적 리스크가 작은 사업으로 여겨지는 전력회사 내셔널 그리드의 경우 최근 6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할 때 리보 대비 3.3%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지불해야 했다. 이는 신용위기 전에 비해 7배가량 조달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채권 중개회사인 IACP의 투자전략가인 폴 호만은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국채를 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용시장이 안정되고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국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박성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