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로 유명한 미국 맥도날드사의 공동 창업주인 레이 크룩 회장은 크리스마스만 되면 어김없이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자선냄비' 옆에 서서 종을 치면서 모금운동에 앞장섰다. 가진 돈으로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직접 시간을 내 봉사함으로써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나선 것이다. 그의 아내는 1998년 미국 구세군본부에 1억달러를 기부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사랑은 돈이 아니라 정성이 담겨 있어야 그 향기가 더욱 그윽해지는 법'이라는 남편의 철학을 이제서야 알 것 같다"라고.

세밑이 다가오면서 자선단체들이 일제히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전국 75개 지역 270여 곳에서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가 모습을 드러냈는가 하면,사회복지공동모금회 또한 '희망2009 나눔 캠페인'에 나섰다. 공동모금회가 내건 슬로건은 '나눔-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우리네 삶이 무척 힘들고 팍팍하지만 나눔이 있기에 희망을 갖게 되고,그 희망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이뿐만 아니다. 근래 들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조그만 나눔을 모아 큰 희망을 만들어가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사랑의 열매' 모금함을 비롯 1인당 1004원짜리 '행복주주'모집,'동전하나 사랑 더하기' 캠페인,100원이상 인터넷 기부,휴대폰을 이용한 소액기부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개인기부 역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올해는 더 춥고 긴 겨울을 맞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공동모금회도 지난 10년 동안 줄곧 연 10% 이상씩 모금액을 늘려왔으나 올해는 지난해 대비 5% 증가로 목표를 줄여잡았다. 일반 사회복지시설에도 후원자들의 발길이나 후원물품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나 소외계층을 보듬는 온정의 손길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다.

흔히들 아무 것도 주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으며,받는 기쁨보다는 주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요즘처럼 힘겹고 어려운 때 서로 나누는 마음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닐까. 올 한 해 아쉬웠던 순간과 힘들었던 기억들을 털어내고 우리 모두가 나눔의 미덕을 실천해 보자.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