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이 국내 제약업체 가운데 최초로 ‘연수출 1억달러 고지’를 점령했다.

협소한 국내시장을 뛰어넘기 위해 1992년 B형간염백신인 ‘유박스B’를 필리핀에 첫 수출한 지 16여년만의 일이다.LG생명과학은 오는 2011년께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판매법인을 구축,현재 40% 수준인 수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억2050억달러 어치의 의약품과 동물의약품 등을 수출,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4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억불 수출탑’을 받는다고 1일 밝혔다.<한국무역협회는 전년도 7월부터 1년 동안 수출한 금액을 기준으로 수출탑을 수여한다.>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의약품 및 동물의약품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다 작년말 미국 바이오기업인 길리어드에 간질환치료제 ‘LB84451’을 기술수출하면서 초기 로열티로 2000만달러를 받은게 수출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이번 수상은 ‘제약도 전자 자동차처럼 달러박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문별 수출규모는 △유박스B 등 의약품 4476만달러 △의약품 원료 등 정밀화학 2973만달러 △젖소 산유(産乳)촉진제 ‘부스틴’ 등 동물의약품 1963만달러 △LB84451 등 기술 수출료 2338만달러 등이다.이는 국내 제약업계 랭킹 1~3위인 동아제약(194억원) 한미약품(581억원) 유한양행(682억원)의 지난해 수출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김 사장은 전체 매출(지난해 2564억원)로는 10위권에 불과한 LG생명과학이 수출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로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와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꼽았다.매출을 늘리기 위해 복제약을 만든 뒤 영업에만 힘을 쏟는 일부 제약사와 달리 20년 가까이 신약 개발에 매달린 결과가 이제 ‘해외에서도 통하는 기술력’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LG생명과학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매출의 23.1%에 해당하는 591억원에 달했다.매출액 대비 R&D 투자비가 5~10%에 불과한 다른 대형 제약사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덕분에 LG생명과학은 2003년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승인한 국내 최초 신약인 ‘팩티브’를 선보인데 이어 서방형 성장호르몬제인 ‘디클라제’도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3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디클라제에 대한 임상실험이 종료되는 2011년께 국내 최초로 미국 판매법인을 설립해 선진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디클라제를 필두로 현재 개발 중인 간질환치료제 당뇨병치료제 등도 글로벌 신약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G생명과학의 벤치마킹 모델로 LG전자를 꼽았다.국내에서나 이름을 날리던 로컬 가전업체였던 LG전자가 15년만에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R&D와 수출이었다는 이유에서다.김 사장은 “LG생명과학도 LG전자처럼 R&D와 수출을 앞세워 15년 뒤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살 길은 해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