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 침체기가 도래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새로 설립된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숫자와 출자액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힘든 경제 상황으로 인해 내년에 기업 구조조정 관련 '큰 장'이 설 것이란 기대감에 시중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주가 급락과 함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조짐이지만 PEF는 2004년 12월 출범 이후 4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하반기(7~11월)에 새로 생긴 PEF에 돈을 대기로 약속한 출자약정액은 4조122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출자약정액 1조5050억원을 합칠 경우 올 한 해 PEF 출자약정액은 5조627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또 금융감독원에 설립을 신고한 PEF의 숫자도 올해 31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16개 PEF가 신규 등록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11월까지 15개가 설립신고를 마치고 매물 사냥에 나섰다.

PEF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출자를 약속한 자금 규모는 총 14조6000억원으로 연내 15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또 출자약정액 중 투자 대상 선정을 끝내고 출자를 이행한 규모도 8조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못지않은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데도 PEF로 돈이 몰리는 것은 내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출자약정액이 1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PEF가 하반기에 신규 등록하는 등 PEF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급팽창할 인수·합병(M&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