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크다. 정치권에서 올해 한국 사회상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대실소망(大失所望)'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대선정국 등 혼란과 갈등을 빚었던 2007년을 뒤로 하고 새 정부 출범에 거는 기대가 컸지만 계층·지역 간 갈등, 정치권의 소모적 공방,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실정을 빗댄 말이다.

본지가 1일 여야 국회의원 50여명에게 올해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물었더니 '대실소망'에 이어 △산중수복(山重水複, 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형국) △허장성세(虛張聲勢, 소리만 요란하다) 등이 비교적 많은 공감대를 얻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1기를 맞아 국민들이 '화합의 정치'를 기대했지만 각종 인사 실패와 여·야의 대립 등으로 실망감만 커졌다"며 "특히 부동산·주식시장 폭락과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사회 각층의 불안감이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정치·경제·외교 등 정부 제반 분야의 정책이 일정한 방향 없이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었던 모습을 들어 '우왕좌왕(右往左往)'을 채택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경제분야에서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빗댄 '점입가경(漸入佳境)', 어설픈 개혁으로 오히려 나라가 흔들렸음을 의미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 정치인들의 계속된 정쟁을 비유한 이전투구(泥田鬪狗) 등도 여의도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고사성어다. 반면 2009년에 대한 '희망 사자성어'로는 △유비무환(有備無患) △전화위복(轉禍爲福) 등 주로 경제의 조기 회복을 기원하는 견해가 많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