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5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받은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은 어느 수준일까.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 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봤다. 이들의 신용등급은 '놀랍게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대표기업의 신용등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주가가 연초 대비 4분의 1 토막이 난 씨티은행의 모회사인 씨티그룹에 대해 무디스는 'Aa3'(우량등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등급은 한국의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같고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스코(이상 A1)나 현대자동차(Baa3)보다도 높다. 무디스는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는 AIG에 대해서도 역시 '우량등급(A3)'을 매기고 있다.

국가별 신용등급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의 국가채무는 지난 10월 10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올 한 해 예산 3조달러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무디스는 1949년부터 최고등급인 Aaa,S&P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역시 최고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무디스 기준)은 미국보다도 다섯 단계나 아래인 'A2'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여건이 악화되고는 있지만 이런 대우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럼에도 조만간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상 국가부도가 난 미국의 신용등급은 놔둔 채 만만한 신흥 경제국들만 손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미국 의회마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안이하게 내다본 자국의 신용평가사들을 거세게 비판하고 나선 상황이다. 상원은 이들이 특정 기업과 결탁해 신용등급을 조작했을 가능성까지 조사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신용평가사들이 또 다시 한국의 경제불안을 가중시키는 근거없는 전망을 내놓는다면 스스로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지난 9월 공개된 무디스 임원의 충격적인 이메일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무능했거나 수익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고백 말이다.

김동민 기자 산업부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