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8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총회에서는 '염분 섭취 절감에 대한 성명서'가 채택됐다.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사망의 약 25%가 고혈압에 의한 것이며 이를 촉진시키는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과도한 염분 섭취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염분을 섭취하게 되는 주요 경로(약 80%)가 가공식품이나 외식 등이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김치 젓갈 된장 간장 등을 통해 더 많은 소금을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사회는 식품업계와 정부가 고염분 식품에 대해 경고 문구를 부착토록 하고 향후 10년간 가공식품,패스트푸드,레스토랑 음식 등의 염분 함량을 단계적으로 50% 줄이도록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대한고혈압학회도 내년도 슬로건을 '소금 섭취 줄이기 운동'으로 정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인 소금 섭취량 WTO 기준의 2배 넘어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2005년 13.4g에서 지난해 12g으로 감소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5g의 2배가 넘는 실정이다. 김종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별도의 소금을 보충하지 않아도 생존에 거의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하루에 5g의 소금을 섭취하면 모든 사망위험률은 1.22배,허혈성 심장병에 의한 사망 위험은 1.56배,뇌졸중은 1.36배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또 "소금을 하루 1g 이하로 섭취한 인구에 비해 9g 이상 섭취한 그룹이 고혈압 발병률이 11.9% 이상 높게 나타난다"며 "하루 소금섭취량을 8.25g 에서 3.75g 으로 줄이면 수축기 혈압은 6.7㎜Hg,이완기 혈압은 3.5㎜Hg씩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금(염화나트륨)이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은 결국 약 40%의 중량을 차지하는 나트륨 이온 때문이다. 나트륨은 평활근을 수축시켜 혈관 수축에 이은 혈압 상승을 초래한다.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붙잡아 혈액량이 증가시키므로 혈압이 상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금의 폐해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극히 일부 연구에서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는 연구 결과를 놓고 확대 해석하는 것이다. 죽염 천일염 기능성소금은 가공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해하다는 인식도 문제다.


소금섭취량따라고혈압발병률12%차이나기도

고가의 기능성 소금은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대신 짠맛을 유지하기 위해 나트륨과 칼륨을 반반가량 섞은 것이다. 변영섭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칼륨의 하루 필요량은 2∼3.5g 인데 가공식품이 넘치고 채소가 적은 현대인의 식사에서는 나트륨 대비 20% 수준의 칼륨밖에 섭취하지 못하므로 고혈압 환자는 나트륨 대비 칼륨 섭취량을 2배 정도로 늘리는 게 권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신부전 환자는 체내에 칼륨 성분이 축적돼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과다한 칼륨은 심장에 무리가 돼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세계 최고라는 국산 천일염은 나트륨 외에 칼륨 마그네슘 칼슘 아연 등 다양한 미네랄이 10% 안팎 함유돼 나트륨에 의한 혈압 상승을 효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제염보다 더 나은 대체품으로 천일염을 권장할 수 있을 뿐이다. 칼륨의 혈압 강하효과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마그네슘의 효과는 각종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칼륨에 비해 일관성이 부족하다. 죽염도 성분은 엄연한 염화나트륨일 뿐이므로 이를 혈압강하약으로 복용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천일염ㆍ죽염등나트륨위험왜곡조심해야

혈압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진적으로 상승한다. 고염분 외에 신장ㆍ심장ㆍ내분비계 질환 여부,연령 증가에 따른 혈관의 경직도 증가가 수축기 혈압을 상승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 특정 약물 복용이나 임신 음주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 간혹 몇 달 만에 혈압이 크게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다른 질병이 발생했거나 생활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이므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40대 중후반으로 혈압 상승의 기미가 보이면 24시간 혈압 측정을 통해 고혈압의 조기 진단에 나서야 한다. 아침 기상 직후의 혈압 상승,야간 수면시의 혈압 하강 정도를 정상 리듬과 비교해보면 혈압 변동성에 따른 고혈압의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