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 자구안 제출 앞두고 공적자금 겨냥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채권금융단의 보유 채권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까지 의회에 자구방안을 내야 하는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가 의회에서 공적자금 지원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채권단의 출자전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규모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줄이면 이자 부담을 덜게 돼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고 WSJ는 전했다.

무보증 사채를 보유하고 있어 GM 파산시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처지인 금융사들은 출자전환을 할 경우 주식 매각이 가능해져 빚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금융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키프 펜니만 KDP투자자문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출자전환 조건이 중요하다"며 "출자전환을 하면 GM이 정상화될 수 있는지에 따라 거래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추산에 따르면 GM의 채무는 총 433억달러이며,연간 이자만 29억달러에 달한다.

GM이 생존하기 위해선 공적자금을 최소 100억달러 이상 지원받아야 한다. GM은 지난 3분기 69억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9월 말 현재 보유현금이 162억달러에 불과,공적자금 없이는 연말을 넘기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업계는 최근의 현금 유출 속도에 비춰볼 때 공적자금을 받아도 내년 말께 다시 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GM이 의회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채권단 출자전환에 나선 이유도 이런 우려를 최대한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GM은 이와 함께 현재 8개인 브랜드 중 '새턴''사브''폰티악''허머'를 매각하거나 정리해 브랜드 수를 4개로 줄이기로 했다. 또 퇴직자 건강보험 지원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내려고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화 방안을 담은 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되면 의회는 4,5일 청문회를 다시 열고 8일 이후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빅3' 자동차업체 지원법안을 표결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GM의 회생방안을 놓고 이사회와 왜고너 CEO 간 의견차를 보이면서 이사회 내부에서 CEO 교체론이 흘러나오는 등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사회는 파산신청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려 했으나 왜고너 CEO가 절대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임자로는 3년 동안 왜고너 CEO와 함께 구조조정 작업을 벌여온 프리즈 헨더슨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거론되고 있다.

또 캐나다 정부도 캐나다 자동차부품 산업 보호를 위해 자금 지원을 요청한 미 '빅3'에 5일까지 자구안을 제출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고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이 이날 보도했다. 캐나다에 공장을 갖고 있는 '빅3'는 미 정부에 25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요청한 데 이어 캐나다 정부에도 지급보증과 단기자금 융자 등을 요구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