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500여명, 진압 마무리 단계 … 외국인 투자 먹구름
태국 방송국선 수류탄 폭발

인도의 경제.융중심지인 뭄바이는 하루 새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테러가 발생한 호텔에선 검은 군복을 입은 인도 군경과 투숙객들을 볼모로 붙잡고 대치하던 테러범들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테러범들의 시체가 나뒹굴며 도시는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인도판 9.1테러'로 불리는 24시간의 학살극은 500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

시내 호텔과 병원,기차역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뭄바이 테러'에 대한 당국의 진압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CNN 등이 28일 보도했다. 인도 군병력과 국가안보대(NSG) 특수요원들은 27일 저녁부터 테러 일당들이 점거한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에 대한 인질 구출 작전에 들어가갔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투숙객들에게 객실의 불을 켜고 커튼을 걷은 채 방 안에 숨어 있으라고 지시한 뒤 모든 객실을 샅샅이 뒤졌다. 먼저 타지 호텔의 테러리스트들이 소탕됐고,뒤이어 오베로이 호텔도 상황이 종료됐다.

인도 내무부에 따르면 테러 사망자는 모두 155명이며 부상자는 327명에 달한다. 외국인 사망자는 최소 8명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영국의 요트왕'으로 불리는 백만장자 안드레아스 리베라스(73)도 끼어 있었다. 그는 전날 테러범들이 자신이 묵고 있던 타지 호텔을 공격하자 영국 BBC방송과 전화 연결을 통해 "폭탄이 터질 때마다 지진이 난 듯 호텔 전체가 흔들린다"며 현장의 소식을 전한 터라 사망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 경찰은 테러범이 모두 26명이었으며 이 중 9명 이상을 사살했으나 그 과정에서 경찰관 1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테러 배후는 아직 안개 속이다. 현지 일부 언론들은 테러진압 과정에서 부상한 3명의 테러범을 체포했으며 이들이 파키스탄에 본부를 둔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라시카르에토이바'라는 자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테러범들이 기존 알카에다의 수법을 모방했지만 실상은 인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세력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테러 사태는 인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뉴델리 소재 분쟁관리연구소 아자이 샤니 소장은 "인도 치안에 대한 외국인들의 우려는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테러 사태로 전일 임시 휴장했던 인도 증시는 이날 다시 열렸지만 우려했던 쇼크는 발생하지 않았다. 센섹스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0.73% 오른 9092.72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태국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나흘째 방콕 국제공항을 점거 중인 가운데 28일 새벽 시내 중심가에 있는 위성TV 방송국인 AS TV에 괴한이 수류탄과 권총을 난사하는 등 유혈 사태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반정부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창설자이자 핵심 지도자인 손티 림통쿨이 소유하고 있는 AS TV에 대한 테러로 아나운서 1명이 부상하고 방송이 10분간 중단됐다.

태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 농성 중인 수완나품과 돈므앙 공항 일대에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도 군부 개입의 빌미를 줄까 두려워 강제해산을 위한 경찰력 투입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