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각국서 유로.EU 가입여론 높아져.."유럽통합의 꿈이 성큼"

세계 금융위기로 유럽 국가들이 튼튼한 방어막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유럽연합(EU)이 이번 위기의 최대 승리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27일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지난 6월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리스본 조약이 부결되고 8월에도 그루지야 사태로 EU의 분열이 노정되는 등 수개월 전만해도 EU가 큰 위기를 맞았으나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아이슬란드에서 체코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수년동안 조롱했던 브뤼셀의 거인을 칭송하고 있다"면서 "긴밀한 동맹이라는 유럽의 꿈이 우리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같다"고 슈피겔은 내다봤다.

특히 금융위기 속에서 유로화가 안전한 도피처로 떠오르면서 EU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

유로를 거부했던 몇몇 유럽국가 중 하나였던 덴마크는 덴마크 크로네를 고집했던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달 "현재의 금융 혼란으로 덴마크가 정치, 경제적 안정의 토대인 유로에 합류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EU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으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유로 미가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라스무센 총리의 평가에 동조하고 있다.

덴마크는 자국 통화의 환율을 유로에 연계하는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5%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로존 국가들의 기준금리는 3.25%이고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로 가입국들과의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도이체 방크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금리가 경기부양에 큰 장애물로 등장하면서 덴마크 경제는 올해 0.2%, 내년에 1.4% 위축되고 실업자도 향후 2년간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2000년 국민투표에서 7% 포인트 차로 유로 도입을 거부했던 덴마크에서는 50.1%의 국민들이 유로 도입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이에 따라 내년 유로 도입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통과 전망이 한층 높아졌다.

통화가치가 반 토막 나는 등 이번 금융위기로 유럽 국가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아이슬란드에서도 EU 및 유로 가입 여론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 24일 현지 신문인 플레타블라디드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주민의 68%가 유로 도입을, 59.6%에 EU 가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경제연구소(IIES)의 군나르 하랄드손 소장은 EU 가입에 대한 지지도가 1년새 10% 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에 대해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면서 특히 도시지역 중산층들은 위기를 감수하느니 차라리 "권력을 브뤼셀에 넘겨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이번 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아일랜드에서도 당장 리스본 조약에 대한 국민투표가 다시 실시될 경우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지 일간지가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민투표 때 7% 포인트 차로 부결됐던 리스본 조약에 대해 52.5%가 찬성했다.

27일에는 비준동의 국민투표의 재실시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회 위원회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아일랜드가 조만간 재투표를 통해 리스본 조약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리스본 조약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던 체코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체코 헌법재판소는 26일 유럽연합(EU)의 리스본 조약이 체코 헌법에 부합한다고 결정, 의회 표결을 위한 법적 기반을 제공했다.

"체코만 조약 비준을 하지 않는 상황이 올 경우에만 비준안에 서명하겠다"고 큰소리쳤던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곧 올 수도 있을 것같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