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경제관련 회견..신뢰심기 주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6일 이번주 들어 사흘째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팀 인선 내용과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새 정부 출범 후 경제위기 수습과 경기회복에 대한 비전을 설파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의 신설과 이 기구를 이끌어갈 경제참모들을 내정하면서 "구조가 곧 이뤄질 것(Help is on the way)"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중이고 이를 실행에 옮길 실력있는 경제팀 인선을 속속 매듭짓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미국 경제를 위기에서 건져낼 구조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그러면서 새 정부 출범 첫날부터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행동에 곧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 프로그램과 함께 만반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 7일 첫 기자회견을 한 이후부터 "미국의 대통령은 한명 뿐"이라면서 줄곧 낮은 자세를 유지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24일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등을 내정 발표하기 위해 직접 TV카메라 앞세 선 이후 사흘 연속으로 기자회견을 자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미리부터 경제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백악관 예산국장 내정자를 발표한 25일에는 연방예산 지출항목을 "한 쪽 한 쪽, 한 행 한 행" 꼼꼼히 들여다보고 불요불급한 예산지출을 과감히 삭감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내년 1월20일 취임식까지 50여일 남겨둔 오바마가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한 것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기지표들이 모두 암울한 내용으로 일관하면서 미국 경제가 수십년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취임때까지 한가하게 손을 놓고 방관자 모양으로 행세하기에는 미국 경제의 사정이 간단치 않다고 보고, 부시 행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조기에 `대통령 모드'로 전환, 경제위기 해소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유력한 각료 후보들과 최근 사흘간 발표한 경제팀의 인선 내용을 놓고 언론이 `클린턴 행정부 사람들의 재활용'라고 비판하는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상황에서 과거 행정부에서 일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경제팀을 짠다면 미국민들이 크게 걱정할 것"이라고 말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와 그의 밑에서 재무부 부장관, 차관 등을 거친 티머시 가이트너를 경제팀의 `투톱'으로 기용한데 대한 비판론을 차단했다.

또 "메아리가 울리는 방을 둘러싼 벽은 참신한 목소리와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로막는다"면서 과거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과 진보성향의 젊은 학자 등으로 구성된 경제팀이 다양한 구성원들의 사고를 포용하면서 열린 조직으로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변화를 위한 비전이 경제팀의 특정인물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 변화를 표방했던 자신의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