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2일간의 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경제ㆍ안보 현안 챙기기에 들어갔다. 전날 밤 늦게 귀국한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8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으로 오후 늦게까지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외교안보장관회의를 잇달아 주재했다. 5부 요인 만찬까지 12시간가량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부처 간 단합과 공직자들의 비상한 자세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난을 이겨나가는 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부처 간 경계와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단합해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번 기내 간담회에 이어 또다시 한은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공직자들은 통상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내가 책임을 진다는 비상한 각오와 역발상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의 건축자재 가격 하락을 예로 들며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걸리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을 위한 부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부요인 만찬에서도 "지금은 단기부양책이 우선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발상' 발언과 관련, "예를 들어 자재값이 떨어졌으니 서민주택 같은 것은 지금 지으면 더 좋을 것이란 얘기"라며 "당장 집이 안 팔린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 동포간담회에서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이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부양책에 대해 "감세,재정 지출 확대 등 기존의 발표 내용을 구체화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내용 말고 상황에 적절하게 맞는 아이디어들을 강구해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직업 훈련 강화와 글로벌 인재 10만명 양성을 위한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등의 조속한 시행,공공 기관의 인턴제도 적극 활용도 지시했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