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지경부·3개 배터리社와 협약…핵심부품 국산화 '고삐'

현대·기아자동차가 자동차 핵심 부품 국산화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부품 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가정에서 충전한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를 5년 안에 양산키로 했다. PHEV와 같은 차세대 차량에 적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도 국내 업체와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종속 안 돼"

현대·기아차는 26일 지식경제부 및 LG화학 SK에너지 SB리모티브 등 3개 배터리업체와 PHEV 배터리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들이 각기 개발 경쟁을 벌여 내놓은 우수한 제품을 현대·기아차가 우선 구매하는 조건이다. 이에 따라 16㎞ 및 32㎞ PHEV 배터리 시스템 개발을 위한 3사 간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16㎞ 개발 과제에는 LG화학과 SK에너지가 참여하며 양해각서에 따라 3년간 경쟁을 벌이게 된다. 3년 뒤 두 업체의 결과를 평가해 1개 업체가 최종 선정된다. 선정된 업체는 2년간 추가 지원을 받으며,16㎞ PHEV 배터리 시스템을 양산한다. 현대차는 이 시스템을 최대한 구입해 2013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할 계획이다.

32㎞ 개발 과제에는 LG화학과 SB리모티브가 참여하며,향후 5년간 소재 부문을 비롯한 배터리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16㎞ 및 32㎞ PHEV는 가정에서 충전한 배터리의 힘으로 16~32㎞를 운행할 수 있다. 전기동력을 이용한 주행 후에도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행되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보다 연비가 높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일본의 앞선 배터리업체들이 수차례에 걸쳐 방문,일본 완성차업체에 납품하는 것과 똑같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며 "핵심부품의 국산화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경영진 판단"이라고 전했다.


◆차량용 반도체도 국산으로

현대·기아차는 이날 국내 반도체 전문업체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와 차량용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양사가 함께 개발하는 분야는 차량용 TV수신 시스템과 하이패스,오디오,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분야에 적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명령의 실행 및 정보처리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고도의 회로설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두 회사는 차량용 반도체 사양 개발 및 회로설계 등을 위한 공동 연구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차량개발 선행단계부터 신형 반도체 부품을 적용,원가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 자동차 한 대당 탑재되는 반도체의 평균비용은 약 246달러지만,2015년 317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용 멀티미디어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지금까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왔다"며 "조기 국산화를 실현하고 독자기술을 확보해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부품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