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유보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원화·달러 유동성 우려가 높아지면서 '비상금' 확보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12월 결산법인 559개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평균 유보율은 696.26%로 지난해 말 대비 37.9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보율이란 잉여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수치가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자금 여력이 크다는 의미이지만 반대로 투자 등 생산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10대그룹 계열사 64곳의 유보율이 높았다. 3분기 말 기준으로 787.13%에 달해 지난해 말보다 무려 67.07%포인트나 증가했다. 나머지 495개 기업의 유보율(625.72%)을 크게 웃돈 수치다.

10대그룹 중에는 현대중공업 삼성 SK 롯데 등의 유보율이 1000%를 넘었고 유일하게 한진그룹만 하락세를 보였다. 개별 기업별로는 자본금 규모가 100억원 미만인 태광산업롯데제과의 유보율이 2만%를 웃돌았다.

자본금이 446억원인 SK텔레콤도 잉여금 12조원으로 유보율이 2만7110%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잉여금 규모가 62조원과 29조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보율이 각각 6911%,5992%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