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친정부 시위대충돌 1명사망
방콕공항 한국인 1천명 발묶여

태국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간 충돌이 격화되며 유혈 사태로까지 치닫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은 26일 태국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날 새벽 수도 방콕에 있는 수완나품 국제공항과 옛 국제공항인 돈 므엉 공항에서 최소 네 차례 폭탄 테러가 일어나 모두 12명이 다치는 등 유혈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밤 방콕 시내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간 총격전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 북부 치앙마이에서도 시위대 간 충돌로 1명이 숨졌다고 태국 경찰이 전했다.

방콕 외곽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은 반정부 시위대 진입으로 이날 공항 운영이 전면 마비된 상태다. 사에리랏 프라수타논 태국공항공사(AOL) 사장 대행은 "모두 78편의 항공기 결항으로 승객 3000명이 공항 대합실에 발이 묶였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1000여명의 한국인 승객도 발이 묶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방콕~인천을 매일 두 차례씩,방콕~부산을 매일 한 차례씩 왕복 운항하고 있는데 26일 귀국 예정이던 한국인 승객 등 750명이 공항 폐쇄로 귀국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방콕~인천을 매일 한 차례씩 왕복하는 정기 운항 1편과 1주일에 4일 왕복 운항하는 항공편이 있으며 공항 폐쇄로 발이 묶인 승객은 440명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태국 국적기인 타이항공을 이용하는 한국인 승객 수백 명도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공항청사 점거를 풀기 위해 군부가 나설 것을 요청했지만 군부 실세인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 참모총장은 "정부가 의회 해산 뒤 조기 총선을 실시하고,시위대 역시 해산하는 것이 난국 수습을 위한 최선책"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이날 귀국한 솜차이 옹사왓 총리는 TV연설을 통해 조기 총선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한 솜차이 총리는 이날 입국하려던 수완나품 국제공항이 점거되자 태국 북부 군비행장으로 들어왔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