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삼씨 수수 30억중 일부 유입 가능성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66)가 '폭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로비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과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구속)와 접촉해 인수 과정의 최종 결정자인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건평씨의 검찰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노건평씨에 대한 출국금지 명령을 내리고 금품수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씨의 계좌를 전방위로 추적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화삼.정광용씨(구속) 형제가 건평씨를 통해 정대근 전 농협회장(수감 중)에게 로비를 해준다고 했다"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구속)가 건평씨를 찾아가 만났다"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2005년 4월 홍 대표로부터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홍 대표에게 정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노건평씨)를 소개해 줬으며 그 인사와 함께 도와주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홍 대표로부터 2006년 2월 '로비 성공 보수'조로 받은 30억원 중 일부를 노씨가 수수했을 가능성에 대해 노씨 계좌에 대한 추적을 벌이고 있다. 금품이 건너간 정황 등이 드러날 경우 노씨를 소환해 사실 관계 여부를 추궁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직접 돈이 건네졌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나 아직까지 혐의가 구체화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노씨는 처음엔 "정씨 형제로부터 청탁을 받았지만 묵살했다"고 해명했으나 이후 "홍 대표가 찾아와 부탁하기에 다음 날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까운 데 사는 사람이 연락할 테니 말 좀 들어봐라'고 했다"며 직접 전화한 사실을 시인했다.

정화삼씨 형제가 홍 사장에게 "건평씨 몫을 달라"고 요구했다거나 건평씨가 정씨가 건네받은 돈의 일부를 사용했다는 추측성 보도도 나왔지만 건평씨는 금품수수와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건평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화삼씨는 동생(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할 때부터 집에 몇 번 놀러와 알고 지냈지만 우리같이 농사만 짓는 사람이 그런 큰 덩어리(금품)를 받을 수 있겠느냐"면서 "모두를 실망시킬 내가 아니다. 깨끗하면 될 일이다. 두고 보면 안다"고 말했다.

건평씨는 또 "당장 내일이라도 검찰에 연락처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검찰 조사를 도와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