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당장은 손실 감수하지만 주가상승기 대비할것"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주가가 크게 떨어진 국내외 우량기업의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25일 말했다.

황 회장은 "내년 3월 말까지 처분해야 하는 자사주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매각하겠지만 향후 주가가 오를 때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주가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KB금융뿐만 아니라 다른 우량기업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며 "다른 우량기업 주식을 KB금융이 갖고 있으면 향후 주가가 오를 때 자사주 가격이 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4조원을 들여 20%의 KB금융지주 주식을 취득했으며 이 가운데 5%는 내년 3월 말,나머지 15%는 3년 뒤까지 처분해야 한다. 평균 매입단가는 5만7000원 수준이지만 최근 주가가 2만원대로 하락하면서 자사주 평가손이 상당한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지분을 맞교환할 대상으로 국내외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기업도 지분율이 4% 미만이라면 은행이나 금융지주 주식을 제한 없이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지난주 후반 KB금융그룹 간부 워크숍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제시하는 비전을 들었다"며 "8개 계열사 사장들에게 당장의 위기 극복 방안뿐 아니라 5∼10년의 장기 성장 전략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론 성장률을 낮춰잡고 경비 절감에 집중하는 등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은 또 정부가 돈을 풀어도 실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돈맥경화'가 △일선 지점장들의 책임 우려 △은행 본점 자금부의 자금 여력 △은행장 등 경영진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포함한 건전성 걱정 등 3가지 이유 때문에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요인에 따라 건전성이 악화되는 경우 은행 경영진에 과도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