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 증권사는 엔화 강세로 수혜를 입는 종목들을 분석해 내놨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 대표 수출업체들을 망라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PC 및 자동차 수요 감소, 반도체 가격 급락과 미국 자동차 업체 도산 우려 등 메가톤급 악재에 눌려 이제는 엔화 강세 수혜를 거론하는게 무색해보인다.

이런 가운데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호텔신라가 피부에 와 닿는 엔화 강세 수혜를 누리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파라다이스와 호텔신라는 나란히 각각 5.63%, 5.51% 오른 가격에 장을 마쳤다.

원/엔 환율은 지난 24일 100엔당 1582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배 가량이나 치솟은 상태다. 일본인들로서는 보다 적은 돈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날 신영증권은 엔화의 초강세로 파라다이스가 올해 4분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엔화 값이 지난해 동기 대비 65.7% 상승할 것이란 추산을 전제로 반값에 베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인 출입 비중이 26.6%인 파라다이스의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8% 크게 늘 것이란 관측이다.

호텔신라 역시 일본인들의 발길이 늘어나는데 따른 직접적 수혜가 기대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시내 면세점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다음달 호텔 투숙 예약객 중 일본인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2.5배 가량 늘었고, 서울 면세점의 이달 일본인 고객 비중은 3배 가량 증가했다"며 "일본도 경기가 안 좋다보니 가깝고 환율 효과가 큰 한국 관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쓸 수 있는 소비 여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호텔 투숙객은 물론 면세점 고객 증가에서 큰 기대를 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