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의약사업본부는 이번 불황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연매출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제약사를 인수해 제약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을 계획입니다. "

곽철호 삼양사 의약사업본부장(상무)은 25일 기자와 만나 "미국발(發)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주가가 반토막이 난 데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괜찮은 매물들이 저가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곽 본부장은 "삼양사는 제약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만큼 이번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를 M&A(인수ㆍ합병)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그룹 차원에서 인수 자금도 충분히 확보해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곽 본부장은 M&A 대상 제약사의 기준으로 △연매출 1000억원이 넘고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종합병원 영업망이 탄탄한 기업을 손꼽았다.

그는 "삼양사는 현재 판매ㆍ영업을 외부에 위탁한 채 R&D(연구개발)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다른 제약사와 합병해도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합병을 통해 제약사업 매출이 확대되면 삼양사에서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6년 제약업에 뛰어든 삼양사는 항암주사제인 제넥솔PM과 금연패치제인 니코스탑 등을 통해 올해 의약사업본부에서 4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일반 제약사처럼 직접 영업활동을 할 경우 600억원에 해당하는 매출 규모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내년 의약사업본부의 매출 목표는 500억원 수준이다.

곽 본부장은 "M&A를 전제로 2010년까지 매출 규모를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내년에도 M&A 대상기업을 찾지 못할 경우 국내외 대형 제약사와 공동판매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내년에도 매출의 30%에 해당하는 150억원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입,다양한 개량신약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양사가 주목하는 기술은 DDS(약물전달시스템)다. 2년 전 선보인 제넥솔PM은 물에 녹지 않는 파클리탁셀 제제를 수용성으로 바꾸는 DDS를 적용한 주사제다. 체내 부작용을 줄인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길도 뚫었다.

곽 본부장은 "알약 형태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패치제로 바꾸고 매일 두 차례 맞아야 하는 기존 당뇨병 주사제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투여 횟수를 줄인 제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며 "DDS 기술을 이용한 개량신약은 신약에 비해 개발비용이 훨씬 적은 반면 신약에 버금가는 부가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추구해야 할 R&D 전략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용어풀이]

DDS(Drug Delivery System)=약물이 체내에 전달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기술.알약 형태의 의약품을 패치제로 변환하거나 약물이 체내에 방출되는 속도를 늦춰 하루에 세 번 복용해야 하는 약을 일주일에 한 번 복용으로 바꿔 환자의 편의성과 약물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