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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자재 값 급등에 대출도 ‘꽁꽁’ 중소기업 ‘삼각한파'

직원 15명으로 전자기기 부품을 생산해 온 경기 시화공단의 A사는 원자재 구입 대금 1억5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생산을 올 스톱해야 하는 처지다. A사 사장은 찾아간 은행마다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렵다는 냉랭한 답변만 되풀이해 들어야만 했다. 그는 "정부에서 은행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대출이 안 되면 사채라도 끌어다 써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한국경제는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악화로 제2의 IMF위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급속한 침체가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들을 혹한에 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혈관인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에 대한 예측과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중소제조업의 업황전망 건강도 지수(SBHI)는 79.6으로 전월에 비해 5.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조업일수를 감안한 실질 산업생산도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모두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65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4분기의 55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실물경제가 심각한 불황의 터널로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증가율도 내년엔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 침체로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은 격감할 수밖에 없다.

불황의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부도기업이 급증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 남동,경기 시화공단 등에서는 자금난에 따른 부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은 당연히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가 종합금융대책을 통해 신용지원 확대를 강조했지만 현장에선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대출은커녕 채권 회수 소리를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부터 바짝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맑은 날 우산을 빌려주고 마음껏 쓰라고 해놓고는 비가 오면 우산을 빼앗아가는 존재'라는 영국 속담이 우리의 중소기업에 딱 들어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은 최악의 상황이다. 원자재가 급등과 소비 위축,환율 불안에 자금난까지 겹쳐 빈사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대출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국면에서 죽느냐,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나 한 치의 다름도 없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하는 법.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국면을 기업쇄신 및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중소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자원에 대한 코스트 관리가 필요하고 외부적으로는 신(新) 성장 동력 및 판로 개척 등을 통한 돌파구 모색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내부적인 코스트관리 차원에서는 핵심 역량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하되,필요하다면 일부 사업부문에 대해 아웃소싱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업의 핵심부문은 집중 육성하되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의 아웃소싱뿐만 아니라 제품혁신과 연구개발(R&D)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아웃소싱을 추진해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외부적인 차원에서는 신 성장 동력 모색을 위한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인수ㆍ합병(M&A)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시장의 경우 M&A도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게 보편적이다. 현재와 같이 위기 경영이 필요한 시기에 M&A는 신규 사업 진출 시 소요되는 비용과 신(新)시장 진입에 따른 규제 및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파도에 휩쓸려가는 주체가 바로 경제적 약자들이다. 가계부문에서는 빈민 서민층이 이에 해당하고 기업 부문에서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경기침체에 자금난,높아진 대출 문턱까지 비상구가 사라진 한국경제의 초석,중소기업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