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집회 원천봉쇄는 위법' 법원판단으로 상경 안막고 오히려 편의제공

`상경집회 원천봉쇄는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찰의 집회 대응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25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리는 농민대회에 참석하려고 순천, 나주, 보성, 화순 등 전남 20개 시·군에서 2천명 가량의 농민이 상경했다.

이날 집회는 `금지통고 된 집회·시위라도 지방 참가자의 상경을 막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상경집회로, 경찰과 집회 참가자 간에 긴장이 조성됐던 기존 집회 때와는 확연히 다른 장면들이 시·군 곳곳에서 연출됐다.

그동안 경찰은 시·군 주요 관문마다 경찰관을 배치해 농민이 탄 버스와 트럭 등을 강제로 돌려보내고 농민은 이에 반발해 경찰서에 나락을 뿌리는 등 상경집회 때마다 양측의 실랑이가 끊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농민을 돌려보낼 수 없게 된 경찰은 불법시위용품을 회수하는 데 주력해 소주와 맥주 등 주류 33상자를 회수했으며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 오히려 편의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나주와 광양, 화순, 영암, 장성, 무안 등에서는 경찰이 빵, 떡, 음료수를 나눠줬으며 영광에서는 지역 특산품인 모싯잎 송편을 농민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을 강제로 돌려보냈다가는 직권남용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경찰로서도 주의하고 있다"며 "지방의 분위기는 훨씬 부드러워졌지만 지방에서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에서 폭력 등 불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폭력집회 참가자의 공무집행방해 사건과 관련, 광주지법은 지난 7월과 9월 "집회에 참가하려는 상경 시도를 경찰이 원천봉쇄하는 것은 위법이어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반면 대전고법은 지난해 10월 `원천봉쇄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결해 법원 내부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3일 "상경을 막는 것은 위법하다"며 대전고법 사건의 원심을 깨고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내 상경집회 원천봉쇄에 대한 적법성 논란을 종식시켰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