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심화 징후에 신속ㆍ적극 대응 메시지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오바마 경제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24일 시카고 정권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 인선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 7일 첫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 줄곧 `잠행'을 해왔던 오바마 당선인이 보름여만에 자신의 경제팀을 소개하기 위해 TV카메라 앞에 다시 선 것.

조각(組閣) 명단 가운데 경제팀을 가장 먼저 발표하고 나선데는 경제위기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위기감과 절박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이 회견에서 신규 주택매입 감소, 18년만에 최고수준까지 도달한 실업률, 내년 대규모 실직자 발생 가능성 등을 열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가안보 또는 외교분야 각료들의 인선내용을 먼저 공개했던 과거 `관행'과는 달리 경제팀의 인사파일을 내놓은 것은 휘청대는 금융시장에 확신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미국에 대통령은 한 명"뿐이라며 G20(선진20개국) 금융정상회의 참석을 `고사'하고,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도 `감놔라 배놔라'하는 식의 간섭을 자제해 왔던 오바마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경제문제에 발을 담그겠다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자동차 빅3에 이어 주말 `대마불사'일 것만 같았던 씨티은행이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급기야 파산위기까지 몰리는 등 경제상황이 다급해짐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보다는 정권출범을 앞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오바마 당선인의 상황인식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이 회견에서 "경제팀은 당장 `오늘'부터 중산층 가정과 금융시장을 돕는 일에 착수할 것"이라고 언명한 것은 내년 1월 차질없는 정권출범을 위해 정책적 연속성과 경제팀내 협력체제를 갖춰놓겠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오바마 당선인의 행보에 대해 "금융위기를 다루는 데 풍부한 경험을 갖춘 경제팀을 발표함으로써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인은 물론 외국 투자자들에 대해 자신이 정권이양기의 리더십 공백을 적극적으로 메우고 있다는 의지를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이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25일에도 별도의 회견을 갖고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경제팀 인선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틀 연속 경제를 국가적 `화두'로 끌고 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1분도 허비할 수 없다"는 오바마 당선인의 언급은 차기 정부가 사실상 `집권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