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영난으로 5만2000여명의 직원을 감원키로 한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에도 직원 수를 최대 500명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은 모(母)그룹의 부실로 예금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객들 사이에서 확산되자 24일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다. 은행 측은 '한국씨티은행은 국제신용평가 기준에서 업계 최고 등급을 갖고 있으며 고객님의 예금 자산은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보호된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한국씨티은행에 400~500명의 직원 감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은행의 총 직원 수는 계약직을 포함해 5000여명이다.

회사 측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130~150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년 퇴사자 및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계약직 200여명과 한국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한국씨티그룹캐피탈 등 계열사 퇴사자를 합해 400~500명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9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 감소했다.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도 351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9% 줄었다.

미국 본사에서 시작된 위기가 한국씨티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사실을 접한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 측에선 아시아 쪽 비중을 줄이지 않고 부실이 큰 미국과 유럽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있으나 이 말을 믿는 직원들은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하영구 행장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씨티그룹의 유동성 투입,전 세계적인 감원 계획 등 나쁜 뉴스가 보도되고 있지만 전혀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며 "고객 동요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은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0.83%에 불과하고 고정이하 여신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189.7%에 이르는 등 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은행 중 하나"라며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돈을 맡겨도 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