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물 쏟아지며 장중 50P '출렁' … 33P 하락 반전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코스피지수가 970선으로 밀렸다. 외국인과 개인이 돌아가며 선물을 매도하면서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증시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최대 규모인 2225억원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짐에 따라 3.35% 내린 970.14로 마감,지난 주말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반납했다.

프로그램 매도 가운데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는 970억원의 순매도를 보여 지난 18일부터 5일째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이 기간 현물시장에 쏟아진 차익거래 매물은 5182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차익거래의 매도세는 개인과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선물을 연이어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선물 매수세가 없는 상황에서 매도 물량 출회는 선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저평가된 선물을 사기 위해 프로그램은 들고 있는 현물을 정리하게 된다. 이때 매도되는 주식 물량이 프로그램 매물이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장중 5000계약 이상의 선물을 순매도하다가 장 막판 매수 규모를 급격히 확대하며 결국 159계약(105억원) 순매도로 마감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가 5.80% 급등하며 1000선을 돌파한 지난 주말에도 2113계약의 선물을 매도했다.

현물시장의 잠재 매물로 꼽히는 매수차익 잔액이 6조7831억원으로 올 최고치였던 지난 9월3일(9조5000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물 대량 출회는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개인들이 향후 시황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근거 없는 루머와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불확실한 정보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오전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으로 국내 경제가 크게 어려워질 것이란 루머가 메신저를 통해 유포되면서 개인 선물 매도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이 갑자기 쏟아지며 오전 한때 1014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970 밑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외국인도 오후 들어 선물 매도로 갑작스럽게 돌아서 1234계약 순매도를 보였다. 외국인은 개인들의 선물 매도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며 증시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에 가담하기 위해 선물을 정리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차익거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비차익거래를 통해 이달 들어 가장 많은 규모인 1255억원어치의 순매도 물량이 현물시장에 쏟아진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ETF 차익거래는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사들이면서 매수한 종목들을 묶어 3거래일 안에 ETF로 설정하는 거래로,비차익거래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ETF는 매도해도 주식 거래세가 적용되지 않아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배당수익률이 기대보다 낮아진 것도 비차익거래 매물이 쏟아진 이유로 꼽힌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은행주,건설주,유동성이 어려운 일부 그룹사들의 올 예상 배당금을 0원으로 잡고 추정한 올해 코스피200 종목의 평균 배당 수익률은 2.13%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이에 따라 연말 배당에 흥미를 못 느낀 외국인이 비차익거래를 통해 주식을 정리한 것도 상당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은 선물을 매도하고 외국인은 배당 매력이 낮아진 주요 종목에 대해 매물을 내놓는 한 이날처럼 프로그램 매물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는 일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