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장중 50포인트나 출렁거렸다. 원·달러 환율이 10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1500원을 넘어서면서 증시의 눈과 귀가 외환시장으로 쏠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씨티그룹 처리 향방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미 증시 급등으로 장 초반 1014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원·달러 환율이 1504원으로 치솟자 960대로 주저앉았다. 오후 들어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떨어지자 지수는 1000선을 회복했으나 환율이 또다시 1513원으로 급등하며 33.59포인트(3.35%) 급락한 970.14에 장을 마쳤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증시는 외환시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다"며 "특히 환율이 한·미 간 통화 스와프(맞교환) 협정 체결 직전의 고점을 넘어선 데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고치라는 점에서 1500원 돌파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글로벌 금융위기 재연에 대한 불안감과 국내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증시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은 글로벌 신용경색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며 "씨티그룹의 문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신용경색의 결과로 환율이 재차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소비 위축으로 한국의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 같은 수출 감소가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환율과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수급상으로도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