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결국 개성공단의 남측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개성관광도 다음 달부터 전면 중단하겠다는 조치를 어제 우리 측에 통보해왔다. 이와 함께 개성의 남북경협사무소 폐쇄,봉동~문산간 열차운행 불허,남측 기업인들의 육로통과 차단 등 사실상 남북통행을 봉쇄키로 했다. 남북관계 파국도 불사하겠다는 막무가내식 행태이고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들 조치가 실행되면 개성공단 사업만 겨우 명맥이 유지될 뿐 다른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된다. 더구나 북측은 이번 조치가 "1차적"이라고 밝혀 개성공단의 장래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북측이 판문점연락대표부 폐쇄(閉鎖)와 직통전화 단절에 이어 줄곧 극단으로 치닫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결국 우리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 자신들의 전략적인 이득을 극대화하자는 '벼랑 끝 전술'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방식이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오산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탄 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어떤 이득을 얻겠다는 것은 착각일 뿐 아니라,미국 차기 정부가 한ㆍ미동맹 틀을 벗어나 북측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는 경우 또한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거듭 강조하지만 북은 더 이상 상황을 오판하지 않기를 바란다. 개성공단사업 중단 등 극단적 선택은 그들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갈 뿐임을 인식하고,특히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면 오히려 그들의 대미 관계개선도 더 어려워질 뿐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개성공단 등의 사업은 남북간 상생협력의 상징이다. 이들 사업의 위기는 남북 모두에 적지 않은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고 한반도 긴장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행한 일이다. 남북 모두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한 관계개선 노력은 계속해야 할 이유다.

그렇더라도 북측의 거듭된 강경조치에 우리가 우왕좌왕 흔들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다 의연하고 원칙에 충실한 대북 정책기조를 지켜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