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교를 설립할 때 서울시교육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가 시교육위가 강력히 반발하자 '없던 일'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국제중학교 설립 인가를 두고 시교육위와 갈등을 겪었던 시교육청은 은평뉴타운 자립형사립고 설립 인가를 앞두고 시교육위 동의 없이 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지난 6일 관련 규정을 폐지하는 '꼼수'를 부렸다가 불과 2주일 만에 이를 번복했다.

24일 시교육위에 따르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1일 임갑섭 시교육위 의장 앞으로 '오는 12월31일까지 학교 설립에 대한 동의 권한을 시교육위 권한으로 돌려놓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나금융지주가 추진하고 있는 은평뉴타운 자사고(가칭 '하나고') 설립에도 시교육위의 동의를 얻기로 구두로 약속했다. 임갑섭 의장은 "지침을 다시 살려놓는 것은 물론이되 관련 지침이 있든 없든 학교 설립에 관해서는 시교육위의 동의를 얻기로 공 교육감과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공 교육감이 시교육위에 '백기 투항'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평가다.

시교육위는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 은평뉴타운 자사고 설립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순종 시교육위 부의장은 "완전 평준화 체제인 중학교에서 국제중을 설립하는 것과 이미 특목고가 운영되고 있는 고등학교 단계에서 자사고를 설립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덧붙여 국제중처럼 난항을 겪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한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제중 설립 동의안 재심의를 앞두고 보류를 주장했던 나영수ㆍ구본순 시교육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 등이 제기한 이 의혹에 대해 정 의원은 24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특별상임위에서 "압력이 아니라 정치 활동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