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ㆍ경영학>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 끊는 악법

폐지법안 국회 통과 서둘러야

출자총액제한제도,일명 출총제라 불리는 이 제도는 1986년에 도입돼 20년이 넘었다. 이 제도는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일부 회사에 대해서 타 회사 주식보유총량에 제한을 둔다는 게 골자다. 적용대상 회사의 요건도 계속 변해왔고 주식보유총량의 크기에 대한 규정도 계속 바뀌어서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다. 현재 시점으로 이 제도는 '자산 10조원 이상인 기업 집단에 속한 자산 2조원 이상인 기업'에 적용되며 총량은 순자산의 40%로 제한된다.

출총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대표선수 발목잡기식 규제이며 아주 품질이 나쁜 규제다. 우선 이 제도는 사전적 규제다. 타 회사 출자를 그 이유와 상관없이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이 규제는 선별적 규제다.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자산규모가 9조9000억원인 기업집단에 속하거나 자산규모가 1조9000억원짜리인 기업은 1000억원 차이로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한때 규모 5조원 이상 집단에 대해 이 제도를 적용하던 시절 4조9000억원짜리 규모를 가진 기업집단이 여럿 관찰됐던 적이 있는 것을 보면 기업들이 이 제도 적용 대상에서 빠지려고 안간힘을 쓴 흔적이 있다. 기업 성장을 촉진해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성장억제제를 투여한 셈이다.

또한 이 규제는 일률적 사전규제이다 보니 문제가 많아서 공정거래위원회 스스로 이 규제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적용대상 중에 적용 제외와 예외 인정을 합쳐서 60% 이상이 제도 적용에서 면제되고 있다. 절반 이상을 면제시키는 제도를 놓고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물론 출자와 투자는 구분돼야 한다. 타 회사 지분 취득 자체가 투자는 아니지만,타 회사 지분을 취득한다는 것은 대부분 해당 산업에 진출해 제대로 영업을 해 보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출자 다음 단계가 신규 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수대상 기업을 합병해서 한 회사 내에 두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인수합병의 초기단계는 대부분 독립기업 체제를 유지 운영하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출총제는 출자가 투자로 이어지는 고리의 첫 단계를 차단해버릴 위험성이 있다. 또한 국내적 시각을 가지고 문어발식 확장 방지제도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나 하는 얘기지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어림도 없다. 국내 대표선수를 잘 키워야 세계무대에 나가서 금메달을 딸 것 아닌가. 왜 너 혼자 커지고 너 혼자 잘하냐고 국내에서 제동을 걸면 올림픽 금메달은 누가 따는가.

최근 세계 경제의 위기국면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다 규제를 강화한다는 움직임이 관찰되고는 있지만 이들 선진국이 출총제 같은 주식보유총량 제한제도를 도입한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 않다. 어떤 규제가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보고 얘기를 해야지 무턱대고 일부 규제강화 움직임이 있으니 모든 규제를 유지 내지 강화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무회의에서 이 제도의 폐지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는데도 국회에서의 후속조치는 감감무소식이다. 위기국면에서 투자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거꾸로 이를 기회 삼아 타 업종에 진출하거나 기업의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겠다는 기업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를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 심각한 불황이 덮치고 있는 시점에서 한 건의 출자,한 건의 투자라도 더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출총제는 한시라도 빨리 폐지해야 마땅하다. 이제 국회가 움직일 때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