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그스레한 사과로 그려진 뺨,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머리, 체리가 박힌 입술….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기발랄한 초상화 ‘베르툼누스’를 그린 사람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1527~1593)다. 그는 밀라노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밑그림을 작업하며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페르디난트 1세부터 그의 아들 막시밀리안 2세, 손자 루돌프 2세까지 3대에 걸쳐 궁정 화가로 활동했다.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과일과 채소를 기발하게 조합한 루돌프 2세 초상화다. 루돌프 2세의 두상을 가득 채운 과일과 채소는 황제의 공덕으로 풍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아르침볼도의 기발한 상상력은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게 영향을 끼쳤다. 아르침볼도의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은 오는 6월 29일까지 특별 전시된다.허세민 기자
마찰과 찢어짐에도 10초 내 원래대로 복구되는 전자피부가 국내서 개발됐다.한국연구재단은 서울시립대 김혁 교수 연구팀이 외부 자극 없이 10초 이내에 80% 이상의 기능을 복구할 수 있는 초고속 자가 치유 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이를 통해 실시간 생체 신호 모니터링 및 AI 기반 근육 피로 평가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전했다.연구팀에 따르면 '전자피부'는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진화한 형태 중 하나로 헬스 케어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인체에 부착하면 촉각을 느끼거나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부착 부위의 상처를 치료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개발되고 있다.하지만 반복적인 사용 중 발생하는 마찰, 찢어짐, 스크래치와 같은 기계적 손상에 취약해 장기간 착용이 어렵고 손상 시 성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다.기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피부는 손상 후 80% 복구까지 1분이 걸려 측정이 단절되고, 복구 시 열과 빛 같은 외부 자극이 필요해 실용화되기 어려웠다.연구팀은 전자피부의 자가 치유 성능을 높이기 위해 유연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에 이황화물 화합물을 도입해 열, 빛 등 외부 자극 없이도 스스로 재결합할 수 있는 이황화 결합을 형성하도록 설계했다.또 높은 복원력을 위해 분자 이동성이 높은 화합물을 첨가해 자가 치유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개발된 자가 치유 전자피부는 상온에서 10초 이내 80% 이상 기능을 회복하는 성능을 보였다.고온·고습·저온·수중 등 극한 환경에서도 근전도와 심전도를 안정적으로 측정할 수 있으며, 손상 후에도 자가 치유를 거쳐 신호가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확인했다.나아가 전자피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수채화를 그려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추억이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하게 번지는 붓 터치, 서로 섞이면서 탁하고 더러워지는 색, 덧칠하면 표면이 일어나는 싸구려 도화지. 웬만큼 재능이 있는 학생이 아니면 결과물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훗날 해외 거장들이 유화물감으로 그린 명화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수채화는 유화보다 뒤떨어지는 그림이구나.’하지만 이는 오해다. 수채화는 유화 못지않은 깊이를 품고 있고, 그리기는 오히려 더 어려운 그림이다. 맑고 부드러우면서도 투명하고 경쾌한 수채화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장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충북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채: 물을 그리다’는 이중섭, 장욱진 등 거장을 비롯한 34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통해 수채화의 이런 매력을 소개하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채화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한국 수채화의 역사는 근대 미술의 역사와 함께한다. 1900년대 초 국내에 처음으로 알려진 수채화 기법은 서양 미술을 국내에 앞장서서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종이에 물감이 흡수된다는 점, 물의 번짐 표현이 전통 동양화와 비슷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 붓과 물감, 팔레트만 있으면 그릴 수 있어 재료비가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게 두 번째였다. 수채화 교육이 1910년대 미술 교육 과정에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10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장점들 덕분이다.근대기의 한국 미술 대가들도 수채화를 즐겨 그렸다. 천재 화가 이인성이 대표적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