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PERㆍPBR 의미 퇴색

'현금'이 증시 최고의 투자지표로 떠올랐다.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통하지 않고 재무안전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는 투자지표는 단연 주가수익비율(PER)이었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인 PER는 기업이 창출해내는 이익에 비해 현 주가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의 향상 여부도 기업의 자산 효율성을 대변해 변함 없는 인기 지표로 꼽혔다.

그러다 올 상반기에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높아지는 반면 기업의 이익과 주가가 지속적으로 급락하자 PBR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청산가치)를 주가와 비교한 값이다.

그러나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거의 모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최근엔 이마저도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신용위기는 말 그대로 PBR와 ROE의 위기"라며 "PBR 1배 미만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데 자산가치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됐고 무엇보다 자산 디플레이션과 디레버리징(부채 상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출채권이나 대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에 의문이 들거나 자산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 PBR에만 의존하기는 힘들다"고 조언했다.

대신 '보유 현금'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단 기업이 조만간 망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 자체가 중요해졌다"며 "영업현금흐름이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참고하라"고 말했다. 영업활동에서 생기는 영업현금흐름(영업이익에서 세금을 빼고 감가상각을 더한 값)에서 사업 유지를 위해 사용되는 현금(유형 자산 취득 등)을 차감한 것이 잉여현금흐름이다.

대신증권은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에서 SBS홀딩스 전기초자 대한통운 한진중공업홀딩스 농심홀딩스 태평양 에스원 한전KPS 신라교역 지투알 등을 '고 현금비율'(현금·예금을 유동 부채로 나눈 값) 기업으로 꼽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