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풋옵션 동시매도…증거금 못채워 피해 '눈덩이'

최근 한 투자자문사 대표를 자살에 이르게 한 투자손실이 '양매도 전략'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투자기법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매도는 '콜옵션'(해당 지수를 살 수 있는 권리)과 '풋옵션'(해당 지수를 팔 수 있는 권리)을 동시에 매도하는 옵션 투자전략으로 콜옵션과 풋옵션의 행사가격이 다르면 '스트랭글 매도'라 하고 행사가격이 같으면 '스트래들 매도'라고 한다.

투자자문사 대표가 구사한 것으로 알려진 스트랭글 매도의 경우 양매도를 한 뒤 매월 옵션만기일까지 코스피200지수가 매도한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대 안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증시 변동성이 적은 장에선 소액이나마 손쉽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투자방법으로 주로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예컨대 코스피200지수가 128을 기록하고 있을 때 135의 콜옵션과 120의 풋옵션 한 계약을 15만원씩에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가정하자.증시의 변동성이 적어 코스피200지수가 다음 옵션만기일까지 120~135 사이에서 마감된 경우 이 투자자는 양쪽의 옵션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매도한 콜옵션과 풋옵션이 정해진 가격에 따라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코스피200지수가 125로 마감된 경우 135에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와 120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매도해 놓았기 때문에 모두 이익이 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이 심해져 코스피200지수가 120~135선을 벗어나면 이러한 전략은 큰 손실로 연결된다. 전날처럼 증시가 급락할 경우엔 풋옵션의 가격이 급등해 투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손실을 볼 수 있다. 증시가 예상과 달리 급등해도 마찬가지로 손실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손실은 만기일에 확정짓는 경우가 많지만 옵션 투자자들은 당장 매일 옵션 투자분에 대한 '증거금 부족분'을 채워넣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면 투자된 포지션은 강제 반대매매로 정리되고 계좌에 남아 있는 자금은 전부 회수된다. 회수된 자금이 부족하면 추가로 해당 증권사에 갚아야 한다.

리먼브러더스가 미국 뉴욕 지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지난 9월14일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증시가 하루 10% 넘게 급락하기도 하는 등 코스피200지수가 190선에서 110선까지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연이어 벌어졌다. 따라서 증시 횡보를 예상하고 양매도 전략을 쓰던 투자자문사 대표도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몰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 용어풀이 ] 스트랭글·스트래들

옵션 투자 전략에서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높은 행사가격의 콜옵션과 낮은 행사가격을 동시에 매도할 경우 '스트랭글 매도'라 하고,같은 행사가격의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면 '스트래들 매도'라고 부른다. 둘 다 증시 변동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될 때 취하는 투자전략으로 시간가치가 반영되며 옵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자살한 투자자문사 대표가 한 것으로 알려진 스트랭글 매도는 옵션의 기초자산이 되는 코스피200지수가 매달 옵션 만기일까지 콜옵션과 풋옵션의 사이에서 움직이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이 구간을 벗어나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