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폭락한 20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자살 쇼크'로 종일 분위기가 흉흉했다. 첫눈이 왔지만 증권 타운을 오가는 직원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사설 자문사 대표가 투자 손실에 대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 온 탓이었다.

증권맨들은 새빛에셋투자자문사 최성국 대표(55)가 전날 밤 투자자들에게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에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침울해 했다.

인하대 전자공학과 73학번인 최 대표는 건설업과 금융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1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벤처기업에 종잣돈을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해 투자 경험이 축적되자 선물 옵션을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하자 자신에게 투자금을 맡긴 고객들에게 원금조차 돌려 주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경찰은 최 대표가 '작년 8월부터 자금 압박을 받아 오다 투자자들에게 원금이라도 건져 주려고 애를 썼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미안하다. 죽음으로써 빚을 갚겠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증권사 메신저에는 또 다른 흉흉한 일화가 돌아 증권 맨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온 어느 증권사 직원 책상 위에 상조회사 전단이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지난달 급락장에 투자 손실을 입은 생명보험사 지점장과 증권사 대리가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오늘 자문사 대표까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가뜩이나 우울한데 이런 전단까지 돌리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며 허탈해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