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 비즈니스센터 설문조사..수출 한자릿수 증가 전망

내년 한국의 수출이 유럽과 미국에서는 고전하겠지만 아시아와 중동, 남미 지역에서는 선전할 것으로 20일 전망됐다.

연합뉴스가 최근 전세계 주요 10개국의 코트라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에 의뢰해 '2009년 수출 전망'을 설문한 결과 유럽과 미국에서 내년 한국의 수출이 보합세 또는 감소가 불가피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와 중동, 남미 지역에서 수출이 5-30%까지 증가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내년 한국의 수출은 전체적으로 올해보다 한자릿수 정도의 증가가 예상되며 자동차와 전자, 기계 업종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여전히 올해에 이어 내년의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으로 한국의 수출이 힘든 이유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이들 지역의 실물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며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며, 아시아, 중동 등의 지역으로 수출 증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한국산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일본 = 엔고로 인한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한국의 수출이 증가하겠지만 수입액 역시 늘어 대일 역조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전반적인 경기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내년 한국의 수출은 올해에 비해 10-1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에는 중국산 식료품의 안전사고가 빈발해 식료품 분야에서 수입산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럴 때일수록 우수한 품질의 한국산 제품의 수출이 유리하다.

특정 상품의 집중적인 수출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상품의 다각화로 주력 수출 품목을 늘릴 필요도 있다.

◇ 멕시코 = 올해 9월까지 한국의 멕시코 수출은 74억2천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41.8%의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총 수출액인 74억8천만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멕시코 진출 한국기업의 부품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내년에 미국과 멕시코의 소비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출이 10-15%의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멕시코 수출은 현지 가공용 원자재가 주를 이뤄 브랜드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를 잡으려면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폰 등 일반 소비재를 중심으로 마케팅 확대해 한국산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 인도 = 인도에 대한 한국의 내년 수출 전망은 긍정적이다.

우선 원화 가치 절하로 인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전반적인 수입 수요 위축에도 주요 경쟁국인 일본 등 선진국 통화의 강세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인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09년에는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발효로 금융시장 위기에도 인도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CEPA 협정 발효의 효과는 2011년께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지 바이어들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 제고 때문에 미리부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삼성, LG 등 대기업 제품을 제외하고는 가격 대비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즉 중국과 일본 제품 사이에 끼어있는 양상으로 가격 대비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 캐나다 = 자동차, 전자제품 등 대기업 수출 품목은 높은 브랜드 이미지와 원화 절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제고로 한자릿수 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엔고로 캐나다 수출경쟁력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기업은 일본산 제품이 대거 진출해 있는 캐나다 소비시장을 공략해 자동차 부품, 전자 제품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캐나다의 연방총선 등으로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회담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해 한-캐나다 FTA 협상의 연내 조기 타결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악재로 거론된다.

◇ 사우디아라비아 = 한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실적은 자동차와 플랜트 기자재 등이 거의 70-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현재 한국 업체들이 수행하는 플랜트 프로젝트와 현재 입찰 중인 수주 유력 플랜트 프로젝트들이 많아 내년에도 올해 대비 25-30%가 증가한 67억-69억달러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건설사들은 원유정제, 화학, 담수, 발전 분야 등에서는 상당한 우위에 있기 때문에 한국 대기업들이 중소 기자재 업체들과 동반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미국 =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져있어 한국의 미국 수출도 소폭 감소 또는 올해와 같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화 약세는 분명히 한국 제품의 대미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보인다.

한국 제품의 좋은 품질과 유럽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은 코스트 압박에 시달리는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하게 만들 것을 보인다.

한국 업체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치밀하게 분석해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품을 기획 또는 소싱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바이어의 입장과 계획을 정확히 파악해 비즈니스를 제시한다면 바이어가 신뢰하는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 독일 = 한국의 독일 수출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달러 및 유로 대비 원화 가치의 하락으로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커진데 기인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대독일 수출이 주춤할지라도 독일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내년도 하반기 이후부터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로 진출하려는 한국 업체들은 현재 원가절감 효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태라서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상승 및 고품질 전략을 잘 활용하면 이번 위기가 한국 제품의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프랑스 = 한국의 프랑스 수출은 올해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실업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가전제품 및 의류 제품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감세 혜택을 받는 열펌프, 단열재, 태양광 전지 등의 소비는 크게 증가하고, 자동차는 저탄소 배출 차량에 대한 보너스 지급정책 덕분에 소형차 수요는 증가하지만 중.대형차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 업체들은 프랑스 정부의 정책 및 소비자 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해 발생이 적은 제품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런 제품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육성 방침에 따라 관련 제품 수요가 크게 늘 것이며, 금융 위기를 맞아 품질은 보장되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제품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장으로 변경될 수 있어 한국 제품의 수출 확대에 유리할 수도 있다.

◇ 러시아 = 한국의 러시아 수출은 올해에 비해 10% 정도 감소한 100억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나 금융위기 사태의 장기화 등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의 러시아 수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주요 수출품 중의 하나인 합성수지, 건축자재 등의 수출도 빠른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밖에 러시아 수출 효자품목인 가전제품의 감소세도 불가피하다.

신용경색으로 딜러들의 수입 오더 감소 또는 오더 부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업체들은 러시아 자원개발 및 인프라(SOC) 건설 프로젝트 등 진출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단계별 접근을 시도해야 하며 기술 협력부문에 대한 관심 제고와 러시아 첨단기술의 상품화 접목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영국 = 영국 경기 침체로 선박, 자동차, 전기.전자 제품 등 한국의 주요 대영 수출 품목들이 총체적인 판매부진을 겪는 상황이다.

최근 경제전망 자료를 보면 내년에도 영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한국 업체들의 수출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영국 주재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해보니 내년에 수출이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대다수의 한국 중소기업들의 경우 영국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며 자사 제품에 대한 시장 포지셔닝이 명확하지 않다.

아울러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코트라 관계자는 "세계 주요국의 코리아비즈니스센터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한국 기업들이 내년에도 수출을 늘리려면 보다 좋은 품질을 값싸게 공급하면서도 해당국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보다 혁신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