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차.신흥시장 비중 확대

현대.기아자동차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데 경영 역량을 모으고 있다. 전략적 제휴 강화,중복 사업 합병,소형차 공급 확대,신흥시장 공략 강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국 자동차 업체를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현대차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 시장도 보호주의 색채를 띨 것으로 판단,공격적인 마케팅과 기술개발로 수출 장벽을 이겨내겠다는 전략이다.

◆전략적 제휴 강화

현대.기아차는 IT(정보기술) 부문의 외부 협력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일 마이크로소프트,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 공동으로 '차량IT혁신센터(AIIC)'를 열고 차량 IT 분야 발전을 위한 중장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이 센터는 IT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주력 목표로 삼고 있다. 차량용 통신기기,텔레매틱스,내비게이션,위치기반서비스(LBS),차량용 인터페이스 등의 기술개발이 우선 과제다.

작년 3월엔 차량용 반도체 분야 세계 2위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AG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두 회사는 '현대-인피니언 혁신센터'를 세우고 차량용 전장시스템 및 맞춤형 반도체 공동 연구개발 등을 포함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업통합으로 시너지 강화

현대.기아차는 최근 계열 자동차부품 회사인 현대모비스로 하여금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인 현대오토넷을 흡수 합병토록 했다.

중복되는 사업을 통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자동차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0%에서 2010년 40%로 높아지고 시장규모도 2010년 1400억달러,2015년 1920억달러로 지속 성장할 것을 감안한 조치기도 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전자화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합병은 중복된 사업분야를 단일화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형차.전략차종 확대

시장 수요변화에 맞춰 중.소형차 비중을 강화하고 신흥시장 비중을 높이는 것도 포트폴리오 변화의 한 축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중.소형 차종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선진시장 수요가 감소한 반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의 차종별 해외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중형 미만 차종은 지난해 52%에서 올해 62%로 증가했다. 그러나 중형 이상 차종은 같은 기간 48%에서 38%로 떨어졌다. 지역별로도 미국,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판매가 감소했으나 중국,인도,러시아,중동,중남미 등 신흥국가에서는 더 많이 팔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시장 특성에 맞는 현지 전략형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지난해 11월 출시한 전략형 소형차 i10은 이미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중국에서는 현대차가 출시한 현지형 아반떼인 '위에둥'과 기아차의 중국형 모델인 '세라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중국형 NF쏘나타인 '링샹'을 선보이고 연말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인도공장에서 생산한 유럽 전략형 소형차인 'i20'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