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의 대표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17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 자동차업계 구제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진부함에 빠져 있는 미국차업체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차의 위협에 속수무책일 거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페섹은 칼럼에서 "한국인들은 오바마 당선자의 지원책이 자국의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우려할 필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유명 코미디언 제이 레노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지난달 제이 레노는 그가 진행하는 '투나잇쇼'에서 "미국차의 품질은 최고지만 더 이상 사람들이 미국차를 원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젊은이들은 이제 혼다, 현대, 기아, 도요타와 같은 브랜드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며 미국차가 이들을 되찾으려면 좀더 흥분되고 대담하고 차별화된 차를 선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광으로도 유명한 제이 레노는 그 동안 '현대차는 밀어야 달리는 차'라며 한국차의 품질에 대해 조롱해왔었다.

윌리엄 페섹은 이어 "수년간 안일함에 빠져 있는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들을 구제책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아시아차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는 셈"이라고 역설했다.

또 "현대나 도요타 같은 아시아차업체들은 지원책보다 파산사태를 더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파산을 내버려둔다면 이들 업체들은 합병과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을 통해 환골탈태할 테지만, 어설픈 지원책으로 수명을 연장시켜준다면 경쟁력을 잃은 현 상황에서 나아질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미국차를 사지 않는 것은 8%의 높은 관세 때문이 아니라 지지부진한 신기술, 낮은 연비, 소비자 취향 반영 부족 때문"이라며 "만약 한국, 일본 등의 국가가 미국차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해도 소비자들은 미국차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페섹은 "90년대 후반 미국은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도와주는 입장이었고, 그 당시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차를 사라고 하면 도끼눈을 떴다"며 "하지만 지금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차를 사달라며 일본을 방문했던 92년의 굴욕이 한국에서 재현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