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양가죽 옷엔 검은 장옷(두루마기같은 겉옷),사슴가죽 옷엔 흰 장옷,여우가죽 옷엔 갈색 장옷을 갖춰 입는다. ''낭비는 금물이지만 주머니가 허락하는 한 옷을 잘 입어라.사치스러운 느낌을 주지 말되 부자처럼 보여라.사람들은 종종 옷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최고 계층은 특히 더하다. '

앞의 것은 '논어 향당편(鄕黨篇,공자의 일상적 생활습관과 거동에 관한 글)'에 나오는 공자의 뛰어난 복장 감각,뒤의 것은 셰익스피어 작 '햄릿'에서 시종 폴로니어스가 아들 레어티스에게 주는 10가지 인생 조언 중 하나다. 동서양 어디에서나 세련된 옷차림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셈이다.

'입은 거지가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닌 셈이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 등용기준이었다는 신언서판(身言書判,외모ㆍ말씨ㆍ글씨ㆍ판단력) 또한 130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 곳곳에서 유효한 듯하다.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앞둔 영국 런던 금융가의 구두닦이 매출이 평소보다 20%나 증가했다는 소식만 봐도 그렇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 따른 감원 태풍이 예고되면서 은행원을 비롯한 금융권 종사자들이 해고 대상으로 지목될까 봐 옷과 신발 등 외관에 부쩍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고된 뒤 직장을 구하러 뛰어다니는 사람들 역시 단정하게 보이려 애쓰다 보니 구두를 열심히 닦는다는 보도다.

구두수선소 역시 분주해졌다고 한다. 경기 악화로 주머니가 얇아진 만큼 새 구두를 장만하는 대신 있는 걸 잘 손질해서 신는다는 얘기다. 기존 직장에서든,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면접장에서든 깔끔한 옷과 깨끗한 구두로 품격있고 반듯한 느낌,성실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직원 채용 면접시 이것저것 살피지만 첫인상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외관은 인상에 영향을 미치고,인상은 기회를 움직인다. 단 뭐든 몸에 배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만들기 어려운 법.옷과 구두같은 복장도 마찬가지다. 평소 너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 쓸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