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보내는 회환과 보람을 술로 푸는 게 보통 직장인들의 생리다. 연일 마시는 음주와 폭탄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금부터 한 달여를 '술과의 전선'에서 대치할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음주행태가 몸을 어느 정도 망가뜨리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면 예년처럼 속절없이 들이붓지는 못할 것이다. 알코올중독 전문치료병원인 다사랑병원 전용준 원장의 도움말로 술이 주는 폐해와 대응책을 알아본다.

폭탄주 상습화하면 뇌졸중 온다=음주량과 뇌졸중 발병은 정비례한다. 특히 폭탄주는 독한 맛이 부드럽게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단시간 내에 많이,빨리 마시게 되는데 혈압 상승,심박출량 증가,빈맥 등의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젊을 때는 모르지만 나이를 먹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혈중 중성지방과 저밀도지단백(LDL)결합 콜레스테롤 증가로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과음을 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가능성이 높아져 당연히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번 뇌졸중이 나타나면 경미한 것이라도 평생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함을 고려할 때 뇌졸중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게 필요하다. 또 10년 이상 오랜 세월 술을 마셔온 중장년층은 어느날 갑자기 폭음을 하면 심장의 박동 리듬에 이상이 생겨 급사하는 '휴일 심장 증후군'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알코올 자체가 심장근육을 경색 또는 약화시킬 수 있고 이럴 경우 심장부피가 20∼30% 늘어난다.



'양주+맥주' 폭탄주 한잔은 소주 반병과 같아=인체가 가장 잘 흡수하는 술의 도수는 14도 정도다. 따라서 순수한 양주나 소주를 마실 때보다 폭탄주의 흡수가 더 빠르고 취기도 쉬 오른다. 요즘 술의 알코올 도수는 양주 40도,소주 19.5도,맥주 4.5도 정도로 폭탄주는 10도를 약간 웃돈다. 맥주에 양주를 탄 폭탄주는 순수 알코올량과 알코올 흡수속도를 감안할 때 소주 반 병을 쉬지 않고 마시는 것과 같다. 요즘 소주만 마시기는 심심하고 주머니는 헐거워서 '소주+맥주' 폭탄주가 유행인데 양주+맥주보다 순하긴 하나 짧은 기간에 연거푸 들이키면 절대 알코올량이 적지 않은데다 맥주에 섞여 있는 탄산가스가 소장에서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높이고 술의 여러 불순물이 숙취를 올려 그 피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

술만 먹으면 취할 때까지 마시고 필름이 끊기면=개인과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음주행태는 문제성 음주(습관성 음주),알코올 남용,알코올 의존(알코올 중독) 등 3단계로 나뉜다. 술을 '필요 이상'으로 마셔 점차 그 양과 횟수가 늘고 귀가시간이 늦어지면 문제성 음주다.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주위에서도 염려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국내 직장인 4명 중 1명에 여기에 해당한다. 알코올 남용은 술을 매일 마시진 않으나 한 번 마셨다 하면 끝장을 보고 '필름'이 끊기는 기억손실을 자주 경험한다. 음주문제로 대인관계가 나빠지고 직장에서 경고를 받는 경우로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 의존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보통 2∼3일에 걸쳐 술을 마시고 몸이 회복되면 다시 음주를 하는 경우다. 대개 직장을 다니는 '주당'들은 알코올 남용에 해당한다. 단주를 결심하고 단 며칠 만에 술을 마시게 됐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고 또 다시 단주 계획을 세워 점점 더 단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