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

개도국 國富(국부) 삭감 나섰던 폴 볼커 등 부상

IMF때 한국 거칠게 다루었던 그 사람들

오바마 당선인의 재무장관 후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거론되는 면면들이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인물들이다. 미국에 좋은 것이 종종 다른 나라에 좋지 않은 선택이었던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미국 언론의 하마평에 올라 있는 재무장관 후보는 로버트 루빈, 로렌스 서머스,티모시 가이너, 폴 볼커 등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루빈, 서머스, 가이너는 클린턴 시절의 재무장관-부장관-차관보의 라인업을 구성했던 인물들이며 모두 유대인이다. 볼커도 그린스펀도 버냉키도 유대인이다. 금융은 정부와 민간을 막론하고 유대인의 본거지다. 어떻든 재무장관 후보들이 모두 강성이다.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를 시작으로 1998년 터키와 러시아 금융위기까지 전 개도국을 초토화시켰던 지구촌 외환위기를 주물렀던 당시의 멤버가 루빈을 정점으로 하는 바로 이 라인업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외환위기를 해결했다고 쓰고 있지만 이는 턱없는 미국적 시각이다. 오히려 개도국 외환위기를 '만들어 내고 다루면서' 그것을 희생양 삼아 클린턴 시절의 소위 신경제와 IT경기를 만들어 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루빈 장관이 총감독을 맡고 가이너 차관보가 아시아 위기국들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가운데 IMF 프로그램으로 밀어넣는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었던 시기가 바로 1994~1997년간이다. 파탄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자본시장 개방을 관철시키며,특히 한국의 재벌을 벌주는 가혹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이들의 기획이다. 개도국 금융위기를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발생과 전염,그리고 해소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이라고 부르는 극단적 금융자본주의를 강제하고 관철시킨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이라는 것도 이들의 각본 감독 하에 이루어졌던 것이고 오늘날 한국 좌파들이 극도의 혐오감을 가지는 금융구조는 이 과정을 통해 이식되었다. 가이너는 한국에까지 날아와, 당시 대통령 후보들이 캉드쉬에게 각서를 쓰는 등의 소동까지 연출되는 가운데 IMF행을 밀어붙였던 장본인이다. 10년 전 당시의 장면들을 기억하시는지.

복잡한 현실은 어느 일방적 해석을 거부하게도 만들지만 때로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도 남기는 모양이다. 루빈이 클린턴의 재무장관으로 지명되었던 시기는 달러가 추락하고 미국 경기도 급랭하던 1994년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강한 달러'로 돌아섰고 그 첫 희생자 혹은 파열음이 멕시코에서 페소화 위기로 터져나왔다. 당시 초강세를 보였던 엔화를 외환시장에서 구축하려는 파상적인 공세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외환위기도 촉발되었다. 아시아 역내 국제통화를 꿈꾸던 엔화를 국제시장에서 축출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왔던 것이 바로 아시아 외환위기의 본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력한 장관 후보인 가이너를 오바마 진영에 추천한 사람은 또 한 명의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폴 볼커다. 미국의 유대인 단체들은 볼커를 오바마의 가장 강력한 재무장관 후보라고 쓰고 있다. 1927년생이다. 그린스펀의 전임자이며 미국 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면서 1970년대의 초인플레이션을 다스렸던 사람이다. 문제는 일본을 장기불황으로 밀어넣었던 BIS비율이 바로 볼커의 기획이요 작품이라는 점이다. 미국을 구조조정한 볼커가 일본의 국부를 전면적으로 삭감한 조치가 바로 BIS비율이다. 일본 은행들은 자기자본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출을 회수하고,주식을 팔고, 부동산도 내던지면서 10년을 불황 속에서 지내야 했다. 볼커는 홀로코스트 기금 모금에 앞장서는 등 골수 유대인 운동가요 유대 금융의 대부다. 강경파들이 미국 경제계 전면에 재배치되고 있다. 정신을 차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