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늦어도 이번 주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을 마무리짓고 새 정부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오바마 인수위의 특징은 부처별 인수팀장에 클린턴 1,2기 행정부에서 활약했던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것.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경제 등 각 분야의 정책 기조가 클린턴 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을 싣는 대목이다.

◇'올드보이'의 귀환 = 오바마 당선자는 13일 국무.국방.재무 등 3개 핵심 부처의 인수위원 전원을 클린턴 사람으로 임명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대북특사를 지냈던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과 토마스 도닐런 전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보가 국무부 인수위원에 기용됐고, 존 화이트 전 국방부 부장관과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부 부차관보도 인수위원으로 친정에 복귀했다.

금융위기로 침몰 직전에 몰린 미국경제의 사령탑인 재무부 인수위원에도 역시 클린턴 인맥으로 분류되는 조슈아 고트바움 전 재무부 차관보와 마이클 워런 전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 사무총장이 기용됐다.

투자은행에서 근무해 금융업에 정통한 고트바움은 특히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와 예산실 조정관도 지내 금융개혁 작업과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집행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고트바움은 파산신청을 한 하와이 에어라인과 플랫폼 러닝의 구조조정 작업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기업 회생 업무에도 정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설적인 것은 대선 기간 '워싱턴의 변화'를 목놓아 외치던 오바마가 정작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요직에 '새로운 피' 대신 과거 인물을 배치했다는 것으로 벌써부터 '말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오바마는 워싱턴의 '올드타이머'를 미국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측은 "경험 있는 사람들을 기용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정치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셔먼 발탁..대북 온건론에 힘 실릴듯 = 이번 인수위 인선에서 한국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미국내 대표적 친한파인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이 국무부 인수위원에 기용됐다는 것이다.

셔면은 클린턴 정부 2기에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하는 동안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을 수행, 역사적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 배석한 바 있다.

그는 클린턴 퇴임 후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설립한 국제정책 자문기관인 `올브라이트 그룹'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북핵문제에 관해 한국 정부에 꾸준히 조언을 해왔다.

그는 북핵 문제와 관련,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에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북한 핵에 대한 강한 검증장치를 바탕으로 자세한 신고와 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 행정부는 북한에 있어선 부시 정부보다 힘든 협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될 수 있는 한 북핵문제를 빨리 전개시키는 것이 북한에 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시 정부 말기부터 지속돼온 대북 협상론이 오바마 정부의 북핵문제 등 대북정책 기조에 반영돼 더욱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