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뉴스에서 전일 미국 증시 상황을 들은 투자자라면 '아 오늘도..'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국내 증시는 뉴욕 증시 폭락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탓에 급락하고 있다. 코스피가 13일 오전 1060대(11시25분 현재)로 밀렸고 코스닥은 310선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대만, 싱가폴, 홍콩 등 다른 주요 아시아 증시도 미국발 경기침체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

미국에서는 금융위기의 실물위기 전염으로 기업이 줄줄이 실적부진을 발표하거나 정부 지원만을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고, 국내는 유동성 위기로 부도 위험에 처했던 신성건설이 회생절차 신청을 하면서 건설과 금융업계에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 전망치나 방향성을 점치는 것은 이미 반쯤 포기한 상태로 보인다. 대신 너도나도 '커지고 있는 시장 리스크를 피하며 살아남는 법'에 대한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3일 "모멘텀이 없는 시장에서 리스크를 피하면서 투자하는 방법은 일단 눈에 보이는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로 압축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배당주와 자사주 매입 종목을 대안으로 꼽았다.

신중호 연구원은 특히 자사주 매입에 대해 "주주친화적인 정책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가 펀더멘털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었다는 판단에 기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높은 배당과 자사주매입은 현금흐름이 우량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상대적인 이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양증권은 위기에 상대적으로 강한 기업으로 시장 지배력이 높은 종목을 꼽았다. 안정적인 매출과 독점적인 시장점유율 확보로 경기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기업이 좋다는 얘기다.

해당 종목으로 KT&G, 강원랜드, NHN, 메가스터디, 에스원, 삼영이엔씨, 아모레퍼시픽, 슈프리마, 진로발효, 한전KPS, 세아베스틸, 오스템임플란트, 한국타이어를 꼽았다.

동양종금증권도 변동장에서 위험을 피하려면 ▲일단 변동성이 낮고 ▲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 유동비율이 높고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 연기금 매수 규모가 큰 종목이 좋다고 판단했다. 해당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종목으로 대덕GDS, 웅진코웨이, 제일기획, 파라다이스, 포스렉, KT&G, SK텔레콤, S-Oil을 골라냈다.

대신증권은 튼실한 그룹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시장참여자들이 안전한 주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그룹사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며 "SK, KT, 한국전력, 삼성, LG 등의 기업집단이 시장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그 중 가장 강점을 지닌 그룹으로는 LG그룹을 꼽았다.

방어적인 업종 비중, 외국인 투자자 선호도, 재무적 안정성 등 세가지 측면을 두루 본 결과 LG그룹이 모두 상위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성 팀장은 "경기불황의 그늘이 깊어질 수록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LG그룹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LG그룹에는 잠재적 부실 위험이 있는 건설, 금융 계열사가 없다는게 최대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수능 시험일이다. 그간 마음 편한 날이 없이 열심히 공부했을 학생들이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 증시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오늘 하루에 끝날 시험이 아니라 더 고통스럽다. 시험을 무사히 끝낼 실력(?)이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