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씨 14일 교보빌딩서 낭독회
1965년 등단한 조세희씨는 10년 가까이 침묵을 지켰다.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었고,'작가'는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 직장인으로 70년대를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재개발 지역 동네에 가서 집이 헐리면 당장 거리에 나앉아야 되는 세입자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철거반이 철퇴로 대문과 시멘트담을 부수며 들어왔다. 철거반과 싸우고 돌아오다 그는 작은 노트 한 권을 사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그 작은 노트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1975년 발표한 <칼날>을 시작으로 나온 '난장이 연작' 12편이 '난쏘공'으로 묶여 책으로 나온 지 올해로 30년이다. 1978년 출간된 이래 '난쏘공'은 사회와 문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2005년 200쇄를 돌파해 지금까지 100만부가 넘게 판매됐다.

조세희씨 "책 사이사이 시대인식이 난쏘공 30년 사랑 비결"
1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씨는 "'난쏘공'은 완벽하거나 뛰어난 작품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일 뿐"이라며 "당시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면 나의,자식의,손자의 미래는 내가 살고 싶은 아름다운 신세상이 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또 "성공을 예상한 적도 없고,그저 아무도 쓰지 않는 이야기를 나라도 써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난쏘공'은 뒤틀린 성질 한자락에 예술이 첨가되어 있는 사람이 쓴 작품으로 받아들여달라"고 했다.

"일하던 중 짬짬이 시간을 내 다방에 앉아서 쓰기도 하고,근처 공원에 가서 엎드려서 쓰기도 했습니다. 공원에서 술마시던 사람들이 '형씨,편지쓰는 거요?'라고 말을 걸면서 소주를 권하기도 했지요. "

조씨는 "건강 문제가 걸리긴 하지만 집필 중인 장편소설 '하얀 저고리'는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비평가 권성우씨는 "책에서 10대 노동자를 비정규직 노동자나 시간강사로 바꾸면 그대로 이 시대 현실을 직시하는 서늘한 메시지가 되듯,'난쏘공'의 생명력은 현재성에 있다"면서 "책 사이사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시대인식과 절망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기 때문에 이 작품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난쏘공'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동료 및 후배문인들이 쓴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이 출간됐고 14일에는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낭독회가 열린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