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펀드도 '불완전' 소지많아 파장 클듯 ... 금감원, 펀드 불완전 판매 첫 배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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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불완전판매 문제는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큰 파장을 몰고 올 '잠재 리스크'로 우려돼 왔던 사안이다. 지난해 펀드 대중화시대가 열리면서 펀드투자가 러시를 이루는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 일선 창구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펀드의 성격과 투자리스크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가이드 없이 판매가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펀드는 비과세 혜택까지 주어져 지난해 10월부터 '묻지마식' 투자가 성행한 탓에 언젠가는 문제가 터질 것이란 우려를 사왔다.
◆주가 급락으로 민원 급증
실제 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요 해외증시와 국내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펀드 수익률이 급락한 것을 계기로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민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펀드 관련 민원은 모두 665건에 달해 지난해(109건)의 6배를 넘는다.
특히 전체 민원의 42%인 278건이 지난달에 집중됐다. '10월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와 해외의 주식형과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일시에 터진 것이다.
주목할 점은 펀드 민원의 약 60%가 은행 고객들로부터 제기됐다는 점이다. 은행이 펀드 판매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소액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적립식펀드의 경우 전체의 75%를 은행이 팔았을 정도다.
하지만 은행은 판매직원이나 거래고객 모두 복잡한 투자상품을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아 불완전 판매의 불씨가 잠복해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연간 펀드 자산의 1∼2%에 이르는 판매보수가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각 은행이 무리하게 판매 경쟁에 뛰어든 것이 화를 키웠다.
'우리파워인컴펀드' 역시 우리은행이 집중적으로 판매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펀드는 판매사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광고 전단지도 임의로 조작해 전형적인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그런데도 당시 우리은행이 고객들에게 제시한 상품 전단지에는 '6년간 매 분기 고정금리로 지급'이라는 문구가 큰 글자로 정면에 새겨져 있다.
이 광고 문안은 당초 자산운용협회의 심의를 통과한 원본을 판매사가 임의로 바꾼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초 원본 뒷장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던 '지급금리는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 메인 카피로 둔갑해 광고의 핵심 문안으로 자리를 바꾼 것이다. 또 '고정금리로 수익추구'라는 문구도 심사 당시보다 글자를 키워 눈에 쉽게 띄도록 바꿨다.
반면 '간접투자상품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는 심사 때 보다 활자를 대폭 줄여 시력이 약한 사람들은 제대로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만들었다.
◆투자자 서명 있어도 책임 면치 못해
판매사가 가입자로부터 투자설명서에 자필 서명을 받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투자자가 상품설명을 듣고 서명을 했더라도 불완전 판매 논란이 제기될 여지는 많다. 은행에서 역외펀드에 가입하면서 환헤지를 목적으로 선물환 매도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펀드 가입자가 선물환 계약서에 서명을 했지만 창구 직원으로부터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는 위험 고지를 받지 않았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도 '중국 쏠림투자'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다. 금감원은 약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지난해 판매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리스크가 충분히 전달됐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가입자들은 "펀드 판매 때는 전 세계 어느 시장이건 돈 되는 곳에만 투자한다고 해놓고 결국 중국에 대부분을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금감원은 자필서명(설명확인서)을 했더라도 투자경험 나이 학력 지식 등을 고려해 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되지 않았다면 무리한 판매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동원 금감원 소비자보호본부장은 "사후적으로 보면 서명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지가 분쟁의 대상이 된다"며 "결국 적합한 투자자에게 팔았느냐가 문제되는데 나이가 많은 고객처럼 상품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투자자는 서명을 했다 하더라도 판매가 무리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대폭 강화돼 불완전 판매를 둘러싼 분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