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보졸레누보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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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전세기 2대 동원.총 46만병 수입,사전 예약만 수십만병."올해 '보졸레 누보' 맛 보셨습니까"라는 인사말 유행.특급호텔마다 '보졸레 누보' 파티 성황.
#2008년 11월=일반 화물과 함께 들여옴.수입량은 해마다 반토막나 올해는 10만병 미만 예상.유통업체들은 홍보 안 하고 호텔 파티도 실종.
올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프랑스 햇와인 '보졸레 누보'의 6년 전과 지금의 모습이다. 2000년대 초반 보졸레 누보는 '11월 셋째주 목요일=보졸레 누보'란 등식을 모르면 바보 취급 받을 정도였다. 수입업체들은 '세계 동시 시음'이란 일본식 상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2000년 20만병이던 수입량은 2001년에는 45만병으로 껑충 뛰었고 와인 지식이 별로 없던 당시 한국인에게 '보졸레 누보'는 문화인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보졸레 누보'는 2005년 수입량이 24만병으로 반토막 났고 2006년엔 11만병으로 급감했다. 작년에는 수입업체가 바뀌면서 15만병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해 예상 수입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요즘엔 그저 무수히 수입되는 와인 중 하나일 뿐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2~3유로(3000~5000원)면 사는 값싼 와인이 국내에선 항공운임,마진 등이 붙어 2만~3만원을 줘야 한다. 그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숙성을 거쳐 맛도 훌륭한 칠레 호주 미국 등 신대륙 와인이 얼마든지 있다.
'보졸레 누보'의 몰락은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다. 와인 저변이 넓어져 질 좋은 와인이 대거 들어온 것이 주요인이지만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쏠림'과 '거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3년간 국내 와인시장을 주름잡은 또 하나의 쏠림을 연상시킨다. 일본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와인들에 과도하게 열광하는 행태는 또 다른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국내외 많은 와인 전문가들이 만화에 소개된 와인에 대한 표현·평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선 이 만화를 '제2의 로버트 파커'인 양 맹신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특정 와인에 대한 지나친 열광은 금물이다. 이것이 '보졸레 누보'의 몰락이 주는 교훈이다.
최진석 생활경제부 기자 iskra@hankyung.com
#2008년 11월=일반 화물과 함께 들여옴.수입량은 해마다 반토막나 올해는 10만병 미만 예상.유통업체들은 홍보 안 하고 호텔 파티도 실종.
올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프랑스 햇와인 '보졸레 누보'의 6년 전과 지금의 모습이다. 2000년대 초반 보졸레 누보는 '11월 셋째주 목요일=보졸레 누보'란 등식을 모르면 바보 취급 받을 정도였다. 수입업체들은 '세계 동시 시음'이란 일본식 상술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2000년 20만병이던 수입량은 2001년에는 45만병으로 껑충 뛰었고 와인 지식이 별로 없던 당시 한국인에게 '보졸레 누보'는 문화인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보졸레 누보'는 2005년 수입량이 24만병으로 반토막 났고 2006년엔 11만병으로 급감했다. 작년에는 수입업체가 바뀌면서 15만병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해 예상 수입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요즘엔 그저 무수히 수입되는 와인 중 하나일 뿐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2~3유로(3000~5000원)면 사는 값싼 와인이 국내에선 항공운임,마진 등이 붙어 2만~3만원을 줘야 한다. 그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숙성을 거쳐 맛도 훌륭한 칠레 호주 미국 등 신대륙 와인이 얼마든지 있다.
'보졸레 누보'의 몰락은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다. 와인 저변이 넓어져 질 좋은 와인이 대거 들어온 것이 주요인이지만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쏠림'과 '거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3년간 국내 와인시장을 주름잡은 또 하나의 쏠림을 연상시킨다. 일본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와인들에 과도하게 열광하는 행태는 또 다른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국내외 많은 와인 전문가들이 만화에 소개된 와인에 대한 표현·평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선 이 만화를 '제2의 로버트 파커'인 양 맹신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특정 와인에 대한 지나친 열광은 금물이다. 이것이 '보졸레 누보'의 몰락이 주는 교훈이다.
최진석 생활경제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