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매거진 0100] 중소기업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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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경기침체와 환율급등으로 중소기업인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커녕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경기도 안양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사장. 김 사장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은행의 말을 믿고 지난해 말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환율이 1400원을 웃돌자 한 해 매출의 10%인 13억원이 날라갔습니다. 문제는 상품구조였습니다. 김 사장은 손해가 무한대로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은행이 알리지 않았다며 억울해 합니다.
'S' 중소기업 대표
"이게 계약서다. (환율이) 980원 이상은 없다. 이것이 1300원, 1500원까지 했을 때 3억원을 내야하는데 그러면 싸인했겠나?"
김 사장처럼 약정금액이 많지 않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키코에 투자한 금액이 많은 기업들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S' 중소기업 대표
"지금 조금 투자한 곳은 상관없는데 월 몇백만불씩 한 사람 있다. 그런 사람들은 거의 회생불가다."
유아용 젖병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박주성 사장. 올 들어 유로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독일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박 사장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가격 인상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박주성 베이비드림 사장
"환율 급상승으로 20~30% 가격이 올랐다. 그런 어려움을 판매가에 포함해야 하는데 경기가 어려워서 전혀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어들이 원하는 가격은 중국 수준과 비슷하다."
문제는 환율 뿐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은 말 그대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 생산 공장.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자동차용 전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곳에서 작업한 근로자는 모두 45명. 하지만 올들어 일감이 줄면서 그 수는 25명으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이곳에 납품하는 업체도 3곳에서 2곳으로 줄었습니다.
성인희 현도산업 사장
"지금은 만들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줄었다.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줄었다."
마른수건을 짜내는 심정으로 비용절감에 나섰지만 오히려 은행문턱만 높아졌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제품 품질을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우량기업이지만 정작 은행에선 매출이 줄었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성인희 현도산업 사장
"은행에서 지난해 빌린 금액을 상환하거나 연장하라고 통보했는데 금리가 어마어마했다. 작년에 매출이 떨어졌다고 해서 높은 금리를 쓰라고 하면 못 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은행에 치여 그야말로 의지할 곳 없는 처지입니다. 제2의 IMF란 말도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가 IMF 때보다 오래 갈 수 있어 고민이 깊습니다.
정남기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금은 글로벌 위기다 보니 중국과 주요선진국들 경기가 위축돼서 수출 경기가 어렵다. 체감 경기는 별 차이 없을 수 있는데 지금은 글로벌 경기 위축이어서 1~2년 이상 갈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기업체의 99.9%는 바로 중소기업. 여기서 일하는 인력도 전체의 87.5%에 달합니다.
양보와 희생을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
WOW-TV NEWS 이승필입니다.
이승필기자 sp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