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갤브레이스 美텍사스대 경제학 교수

제임스 갤브레이스 미국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는 8일 "차기 오바마 정부는 시장의 개입을 늘리는 큰 정부로 갈 것"이라며 "특히 케이먼군도 등 조세회피지역에서 수익을 세탁하는 미 기업들에 대한 단속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자본주의','대폭락 1929','풍요로운 사회' 등의 저자이자 세계적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아들로 이번 대선과정에서 오바마 후보의 경제자문역으로 활동해온 대표적인 진보주의 경제학자다. 갤브레이스로부터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해 들어봤다.

▶오바마 당선인의 과제는 무엇인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금융권을 부분국유화키로 결정했다. 오바마 정부는 주택시장을 하루속히 안정시켜야 하고 재정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 연금이 줄어든 노년층 보호도 시급하다. "

▶'작은 정부,큰 시장'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가 퇴장할 것으로 보나.

"매우 빠르게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다. 부시 정부는 이미 금융권을 부분국유화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이란 얘기는 잘못된 개념이다. 시장은 정부의 관리틀 안에서 존재한다. 시장실패가 발생하면 당연히 정부가 적절하게 개입해 실패를 바로잡아 시장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시장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항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시장개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시장을 망쳐왔다. "

▶시장실패가 부시 정부의 실패란 얘기인가.

"그렇다. 멀리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까이는 부시 행정부 시대에서 나타나듯 전형적인 정부 실패다. "

▶오바마 당선인은 느슨한 월가 감독과 규제를 비난해 왔는데.

"향후 아주 광범위한 감독과 규제가 가해질 것이다. 과도한 금융권 임원보수에 대한 강력한 제재,금융사의 적정한 자본 유지,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위기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 대대적인 월가 개혁이 될 것이다. 이는 마땅히 해야 했으나 오랫동안 지체돼온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적절히 금융시장을 통제해 오지 않은 탓에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자는 게 역설적이게도 개혁으로 인식될 정도다. "

▶부유층에서 세금을 거둬 중산층.저소득층에 혜택을 주는 오바마 정부의 세금정책이 성공할 것인가.

"잘 짜여진 정책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부의 재분배라고 했는데 부시 정부도 지난 8년 동안 부의 재분배를 추진해 왔다. 많은 국민들에게서 세금을 거둬 소수의 사람에게 혜택을 줬다. "

▶오바마 당선인은 법인세율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추세와 역행하는 것 아닌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조세천국(조세회피) 지역으로 몰리는 기업들의 행태다. 미 기업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수익 중 상당한 부분을 케이먼군도 등 해외로 세탁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세원이 유출되지 않도록 제도적 허점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차기 정부가 부담할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구제금융까지 감안한 것인데 그건 잘못된 계산이다. 구제금융은 정부가 금융권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주는 일종의 출자전환이다. 재정적자 문제는 이런 각도에서 봐야 한다. 미 정부는 국채를 발행,장기자금을 조달해 왔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4.3%의 금리로 말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59년 12월의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 정부의 신용도는 문제가 없다. 대규모의 달러 유동성 공급이 달러 약세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같은 맥락에서 그렇지 않다고 본다. "

▶오바마 정부의 그린에너지 정책이 미국 산업지도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에너지 소비와 관련 기술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고용 창출효과도 클 것이다. 부시 행정부 역시 비슷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일관성이 없어 성과를 못 냈다. 국민들의 변화 열망을 잘 알고 있는 오바마는 다를 것이다. 당선인은 새로운 뉴딜정책을 전개하면서 부시와 레이건 행정부가 초래한 손상들을 치유할 것이다. 다리 교량 등 인프라 재구축,사회 안전망의 개선도 절박하다. "

▶브레튼우즈 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다만 단기적으로 중대한 개혁이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각국은 달러를 보유하고 싶어한다. 미국으로선 거기에 바탕을 두고 효과적인 개혁이 다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를 재정비하려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통화시스템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아시아 통화시스템과 미국 통화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생존력이 있다. EU의 통화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다. "

▶EU 통화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나.

"유럽중앙은행(ECB) 헌장이나 마스트리히 조약을 봐라.재정적자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으며 통일된 금융시장 감독체계가 결여돼 있다. 누구나 지적하는 사항이다. 금융위기에 정작 더 위험한 쪽은 유럽 시스템이다. "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