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관계 : 한국 입장 경청할 것 ‥ FTA : 몇 달 내 비준 어려워 ‥ 북핵 : 6자회담 틀 존중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은 7일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생각만 얘기하지 않고 한국 국민과 정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파월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 오찬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파월 전 장관은 한·미 관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북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30여분간 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박 진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 정치권 인사와 류 진 풍산그룹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박동진,공로명,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 등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미 관계

파월 전 장관은 "때때로 한·미 간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보는 시각도 다를 수 있지만 불변의 진리는 한국과 미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고 영원한 동맹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인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생각은 한국인은 우리의 친구이며 동맹이며 우리와 계속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는 오바마 당선인 역시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한·미 FTA

그는 자신은 한·미 FTA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몇 달 내에 비준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오바마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한·미 FTA 비준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오바마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에는 한·미 FTA에서 미국에 불리한 점을 강조했을 수 있지만 당선된 뒤에는 보다 한국의 입장을 들어주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 당선인은 자동차 분야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얘기했었는데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이 겪고 있는 실업률 상승과 경기침체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북핵과 6자회담

파월 전 장관은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안보에 있어 미국과 한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오바마 행정부 역시 인내심을 갖고 6자 회담의 틀을 존중할 것"이라며 "북한 핵무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도 6자 회담의 협상 원칙에 따라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교육 협력

파월 전 장관은 "정치문제나 세계 평화와 관련된 문제는 경제문제 얘기하는 것보다 흥미롭지 않다"며 "북한이나 이라크가 주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경제 대국이 어떻게 자라나고 이것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 전문가들의 나라이고 한·미 간에 이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 열기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미국은 대학 교육은 훌륭할지 모르지만 초·중등 교육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각국의 교육 문제를 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세대 교체도 필요한 것"이라며 "그래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됐고 이미 그의 정책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글=임원기 기자/사진=양윤모 기자 wonkis@hankyung.com